서울 아파트 전세 씨 말랐다…가을 이사철 세입자 ‘발 동동’

매물 올초 5만건대→10월 3만건대 43.7% 줄어
강남센트럴아이파크, 3개월새 전셋값 3억 뛰어
내년 공급·입주 물량 부족…전세난 가속 불가피
  • 등록 2023-10-10 오후 6:34:25

    수정 2023-10-11 오전 8:43:01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서울서 전세로 거주 중인 40대 오 모 씨는 내달 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내년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군지 이사를 계획 중이어서 서울 대치동과 역삼동 아파트 전세를 알아봤지만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다. 역삼동 개나리푸르지오 전용 84㎡ 기준 전셋값이 현재 15억원인데 지난 6월 12억원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넉 달 새 3억원이나 뛰어올랐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가을 이사철을 맞았지만 곳곳에선 전세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초 5만 4000건대까지 쌓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이달 들어 3만건대로 뚝 떨어졌다. 공급부족 등으로 전세난이 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1월 1일 기준 5만 4036건을 기록했지만 지난 9일 기준 3만 419건으로 나타나 연초 대비 약 43.7% 줄었다.

전세 매물은 올해 내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같은 기간 8819건에서 7295건으로 17.3% 감소했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자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 부동산R114가 올 3분기(7∼9월)와 상반기 동안 동일 단지·주택형에서 새롭게 계약된 전월세 거래 가격을 비교한 결과 3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은 5억 1598만원으로 상반기(4억 8352만원)보다 6.7% 올랐다.

실제로 강남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23일 16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난 5월 13억 7000만원에서 3억원 올랐다.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27일 12억원에 전세 신규 계약을 맺었다. 같은 면적대가 지난 1월 8억 3000만~8억 4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 가까이 올랐다. 금호동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 전용 59㎡도 지난달 18일 7억 7000만원의 전세 신규 계약을 맺으며 6개월 새 2억원이 올랐다. 지난 3월 같은 면적대가 5억 85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이뤄졌다.

역삼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대개 이맘때 전세 물건이 많이 나오기 마련인데 최근엔 씨가 말랐다”며 “간간이 나오는 물량도 현 시세보다 1억~2억원 높게 내놓는데도 며칠 만에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가을 이사철 입주물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철이 도래해 전세수요는 느는데 매물은 부족하고 신규 입주 물량마저 적어 전세난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 물량은 총 12만6345가구로 나타났다. 올해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연간 민간분양 물량이 30만 가구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줄어든 전세 매물 건수가 올가을 이사철, 내년 봄까지 급증하긴 어렵단 점이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8000여가구로 올해 3만 3000여가구에 견줘 급감하는 것도 전세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겨울방학 이사 수요가 움직이는 내달까지 전셋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순 있지만 추세적인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작년부터 이어진 인허가와 착공 물량 감소도 앞으로 2~3년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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