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논란' 후 첫 장편소설 온라인 연재

'아버지에게 갔었어' 창작과비평 웹매거진서 23일부터
"삶의 고통 이겨내며 자리지킨 아버지들 불러내길"
  • 등록 2020-06-23 오후 6:52:34

    수정 2020-06-23 오후 6:52:34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신경숙 작가가 ‘아버지’를 주제로 한 새 장편소설을 23일부터 온라인 연재한다.

창작과 비평은 신경숙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창작과비평 웹매거진에 매주 화·목요일 연재한다고 밝혔다. 2015년 단편 소설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죽’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후 첫 장편소설이다. 신경숙은 표절논란 이후 4년 동안 활동을 중지하고 지난해 5월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신경숙 작가는 창비를 통해 공개한 글 ‘작품을 발표하며’에서 “삶의 낯섦이나 고통들과 일생을 대면하면서도 매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익명의 아버지들의 시간들이 불러내졌기를 바란다”고 작품을 연재하는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에 대한 개인적 감정도 고백했다. 그는 “저에게 개인적으로 아버지는 아픈 손가락”이라며 “어려서나 청년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늘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관찰하며 살아온 듯하다다”고 밝혔다. “오만하고 건방지기까지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면 보호본능이 앞서 늘 아버지 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밤길을 걷게 됐을 때 어둠 저쪽에서 날카로운 무슨 소리가 들리니까 놀란 제가 얼른 아버지 손을 잡고 아버지 뒤쪽으로 바짝 붙어섰다”고 회상했다. 이어 “함께 걷는 발소리가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두려움에 찼을 때 믿고 의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이야기가 작품 어딘가에 어떤 식으로든 스며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작 소설은 고통과 대면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아버지의 이야기를 ‘나’의 ‘글쓰기’ 문제와 결합해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엄마가 입원하자 J시의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나’가 기차에 오르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아버지는 ‘나’에게 “이웃의 다른 아버지들과는 달리 농사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뭔가 다른데 마음이 있는 분”이라고 각인된 사람이다. 그런 아버지가 평생 표현하지 못하여 가라앉아 있는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찾아들 두려움, 그 감정의 파고가 ‘나’의 글쓰기에 미치게 될 영향까지 앞으로의 연재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신경숙의 이번 신작 장편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산업화세대의 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한국사회에서 그 또래의 아버지 하면 흔히 그려지는 가부장적 인습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창작과 비평 관계자는 “우리 문학에서 ‘아버지’라는 상징적 존재가 여성인물의 자의식, 글쓰기 문제와 긴밀하게 결합된 작품이 드물었던 만큼 신경숙의 이번 신작 장편은 한국소설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새로 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연재가 끝난 뒤 퇴고를 거쳐 올해 안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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