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건립에 옮겨진 광화문 해치상, 원위치 밝혀지나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연구 결과 발표
현재 표시석 위치보다 1~1.5m 떨어져
"오차는 2.5%, 향후 보완한 결과 낼 것"
  • 등록 2020-10-14 오후 5:48:13

    수정 2020-10-14 오후 5:48:13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1920년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청사 건립 과정에서 옮겨진 광화문 해치상의 원위치가 현재 표시석에서 1∼1.5m가량 떨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치는 옳고 그름을 가린다는 상상 속의 동물로 예부터 화재나 재앙을 막는 신수로 여겨져 궁궐이나 절 등 중요한 시설에 세워졌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이미지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미국의 웨이퍼마스터스와 함께 광화문 해치상의 원위치를 추정한 연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들 기관이 디지털 이미지분석 기법을 활용해 해치상의 원래 위치를 복원한 결과 서편에 있는 해치는 현재 광화문 광장에 있는 해치상 표시석보다 동북방향으로 약 1.5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동편 해치는 해치상 표시석의 서북방향으로 약 1m 떨어져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인 헤르만 산더 소장 1906년도 광화문 일대 사진(사진=문화재청)
원래 해치상이 위치했던 장소는 현재는 도로와 광장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원위치로 추정되는 곳에는 표시석만 세워져 있는 상태다.

해치상은 본래 광화문의 월대(궁궐의 정전과 같은 중요 건물 앞에 설치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 앞 양쪽에 각각 세워져 있었다. 1920년대 일제의 조선총독부청사 건립 과정에서 광화문과 함께 철거됐다. 이후 광화문은 지금의 국립민속박물관 입구 쪽으로 옮겨졌고 해치상은 총독부 청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놓이게 됐다. 그러다 1995년 총독부 청사가 철거되고, 광화문도 현재 위치에 복원되면서 해치상도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

지금까지 해치상의 원위치를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자료의 한계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1900년대 초반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만이 대략적인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실마리였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웨이퍼마스터스는 과거의 유리건판 사진과 같은 구도로 현재의 광화문 일대를 사진 촬영하고, 북악산과 광화문 등 사진에 나타난 피사체의 좌표를 위성항법시스템(GPS)으로 측량했다. 현재와 과거의 사진을 합성해 사진 상의 위치좌표를 분석한 결과 해치상의 원래 위치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오차율은 약 2.5%라고도 덧붙였다.

향후 프로그램과 측량 부분에서의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더 개선된 분석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공동연구는 이미지 분석기법을 문화재 연구에 도입해 그동안 밝히기 어려웠던 해치상의 원위치를 과학적 방법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 합성을 통한 해치상의 위치 추정(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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