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2일 밀양박씨 충헌공파 대제학공 후손 박형원(76)씨로부터 탁본 8점과 고문서 1점을 기증받았다고 22일 밝혔다.
탁본은 비석·기와·기물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무늬를 종이에 그대로 떠낸 것이다. 기증받은 탁본 8점은 경기도 양주지역 밀양박씨 문중을 명문가로 이끈 조선 중기 박율(1520∼1569)·박이서(1561∼1621)·박노(1584∼1656)·박수현(1605∼1674) 4대의 신도비와 묘비 탁본이다. 신도비는 죽은 사람의 행적과 학문이 뛰어나 후세의 사표가 될 만한 기록을 새겨 영원히 남기고자 묘의 입구에 세운 비를 말한다.
| 조선중기 명필 김현성이 쓴 박율(1520∼1569)의 신도비 탁본(사진=국립중앙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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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신도비는 현직과 증직(공신·충신 효마 및 학덕이 높은 사람 등에게 죽은 뒤에 벼슬을 주거나 높여 주던 일)을 포함해 종2품 이상의 관직과 품계를 갖춰야 건립할 수 있었다. 특히 박율 비신(碑身,비문을 새긴 비석의 몸체)의 명문에는 조선 중기의 명필 김현성의 글씨와 대학자 김상용이 전서로 쓴 두전(頭篆)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비신은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인 1612년에 양주군 회천읍 회정리에 세워졌으며, 한국전쟁 때 맞은 총탄 자국이 남아있다.
김효경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비석은 선조들의 다양한 흔적이 남아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지만 보통 깊은 산속에 있어서 접근하기도 힘들고, 시간이 지나면 비·바람 등 자연적으로 훼손이 돼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다”며 “탁본을 통해서 내용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기증자는“금석문으로 남아 있는 선조들의 자료가 긴 세월과 한국전쟁 등의 풍파를 겪어 오면서 비면이 손상돼 알아보기 힘든 글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탁본을 통해 조상의 행적이 남겨지게 돼 기쁘다”고 기증 소감을 밝혔다.
박 기증자는 2019년 고서 121권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1968년에 ‘화랑무공훈장’과 ‘월남참전종군기장’을 수여 받기도 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기증 자료를 향후 보존처리 및 디지털화해 연구자를 비롯한 국민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업로드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