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미국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는 반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각국 성장격차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은 올해 5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춘 3.0%로 전망했다. 이는 2023년, 2024년 각 3.1%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KIEP가 미국 대선 이후인 지난 6~8일 국제거시, 국제금융, 북미 등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분석이다.
내년 세계경제를 좌우할 키워드는 단연 ‘트럼피즘’으로 꼽았다. △미국 새 행정부 출범과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 △대내외 악재에 따른 중국 경제성장 충격 △통화정책 전환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실질 부채 부담 증가 등이 세계경제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하리라 분석했다.
KIEP는 트럼피즘의 여파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5월 전망치인 1.7%보다 높은 2.1%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세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5월 4.5%에서 4.1%로, EU는 1.6%에서 1.3%로 낮췄다. 트럼피즘이 미국 경제성장률만 올리고 세계경제성장률은 끌어내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의미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해외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관세 부과 공약을 당장 내년에 실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정영식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트럼프 1기 때엔 2016년에 중국에 고율관세정책을 발표하고 실제는 2018년에 시행하면서 수입업자들의 재고 비축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적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감세정책, 보편관세 부과 등이 맞물리면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어 보편관세 부과를 내년보다는 내후년에 시행할 확률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내년엔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후 공격적인 관세, 감세정책이 동시 추진되면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강달러’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 실장은 “원화는 엔화·유로화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세가 덜하지만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에 관한 우려와 불안이 시장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1400원대가 이어지되 하반기엔 1400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 높다”고 했다.
한편 KIEP의 이러한 전망은 러시아·우크라이이나전쟁, 이스라엘·하마스전쟁이 파국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란 전제 위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