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도 논픽션도 아닌,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을 다룰겁니다"

문학잡지 '에픽' 창간
"픽션·논픽션 경계 허물고 문학 장르 확장하고자"
"서사 중심의 글로 독자 찾을 것"
  • 등록 2020-10-14 오후 5:59:08

    수정 2020-10-14 오후 5:59:08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에픽’의 글들은 픽션이면서 픽션이 아닙니다. 논픽션이면서 논픽션이 아닙니다.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입니다.”

오는 15일 첫 선보이는 문학잡지 ‘에픽’에 대한 설명이다. 소설 중심의 기존 문예지와 차별화해 논픽션들을 문학적으로 구성한 문학잡지 ‘에픽’이 나왔다. 출판사 다산북스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에픽’ 창간을 알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편집위원을 맡은 소설가 문지력, 임현, 정지향, 차경희 등이 참석해 ‘에픽’을 소개했다.

임현은 “문학성이 있는 논픽션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문학 장르를 확장하고자 한다”고 창간 취지를 밝혔다. 현재 한국 문학에서는 논픽션을 비문학으로만 간주하지만 논픽션 중에서도 문학성을 가진 글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픽션·논픽션, 소설·에세이 등의 경계를 허물고 서사 중심의 글들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특히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이라는 장르를 소개했다. 얼핏 들어보면 ‘크리에이티브’와 ‘논픽션’이라는 두 개의 단어가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임현은 “논픽션에 서사구조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을 다루지만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을 한다는 것. 여기서 다루는 논픽션에는 르포르타주, 메모, 구술록 등의 장르가 포함된다.

사실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은 이미 영미 문학권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용어다. 단순히 기록을 하는데 바탕을 둔 논픽션에 글의 스토리텔링을 부각시킨 장르의 작품을 의미한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밸러드가 한 “작가가 소설의 허구적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은 점점 더 불필요하다. 소설은 이미 거기에 있다. 작가의 임무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말이 이를 잘 드러낸다. 문지혁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이런 작품들은 다수 나오고 있지만 단지 우리가 그것을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이라는 용어로 호명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에픽 창간호의 제호는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이다. 제호는 18세기의 프랑스 소설가 드니 디드로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왔다. ‘에픽’은 논픽션 중심의 ‘파트1’, 논픽션과 픽션이 교류하는 ‘파트2’, 픽션 중심의 ‘파트3’ 등 세 대목으로 구성돼 있다. 파트 1에서는 네편의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을 소개한다. 파트 2에는 픽션과 논픽션이 엮인 ‘1+1 리뷰’ 코너가, 픽션 중심의 파트 3에서는 다섯편의 단편소설과 한편의 그래픽 노블을 전한다.

‘에픽’ 창간 기념 기자 간담회(사진=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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