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인간탐구, 전통과 실존을 가로질러’를 주제로 최근 ‘2020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했다. 문학제는 2001년부터 매년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 문인들을 재조명해 왔다. 올해는 1920년생 문학인들 중 △곽하신 △김상옥 △김준성 △김태길 △김형석 △안병욱 △이동주 △이범선 △조연현 △조지훈 △한하운 등 11인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방현석 중앙대 교수의 총론을 시작으로 문학평론가들이 각 작가의 글을 발표했다. 방현석 교수는 1920년대 태어난 작가들이 살아왔던 시대를 배경으로 이들이 어떤 역사적·사회적·문화적 의미를 가졌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1920년에 태어난 문학인들은 일제의 식민지배정책이 아닌 민족의 정신을 지킨 ‘한글 사수 항전세대’로 명명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방 교수는 먼저 이들이 태어난 1920년을 주목했다. 그는 “1920년은 우리 현대 역사의 중요 분기점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 해 전에 일어난 3·1운동으로 항일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고, 1920년에는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며 “3~7월에 걸친 봉오동 전투에서 한국군이 최초로 일본군에 승리하는 등 격정의 시기에 이들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작가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하나는 일제의 전시동원 체제에 순응할 것인지, 아닌지였다. 박 교수는 조지훈을 일제에 협력하지 않고 우리말을 지킨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조지훈은 일제를 피해 전국의 사찰과 지방을 돌아다니다 아버지의 조연현의 영향으로 1942년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편찬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당시 우리말에 대한 통일된 사전이 없었는데, 그걸 만들면 조선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방 교수는 “민족과 모국어를 배신하고 친일한 작가들도 많다”며 “침략자들에 맞서 모국어를 지키고자 했던 이들을 존중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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