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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최정훈 기자] 최근 90대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발생한 사고만 해도 약 300건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 12일 90대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한 행인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 관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를 관리할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 매년 10% 증가세
1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호텔 주차장 입구에서 유모(96)씨가 몰던 SUV 차량이 인근을 지나던 이모(30)씨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다 입구에 있는 기둥을 들이받았고 이후 후진하려다 뒤에 있는 차량도 받았다. 유씨는 차량과 사고를 낸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후진하다가 길을 가던 이씨를 쳤다. 이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특히 90대 이상의 초고령자의 사고가 두드러진다. 2014년 51건에 그쳤던 90세 이상 노인의 교통사고는 지난 2017년 131건으로 늘어나며 두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사흘에 한 번꼴로 90대 이상 운전자의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90세 넘어도 면허 반납한 사람 1%에 그쳐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초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바우처 발급 등을 통해 면허 반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있겠지만 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은 적성검사를 재차 실시하는 등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은 이동권 보장과 연계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시설이 잘 돼 있는 곳뿐만 아니라 산간지역 등은 100원으로 택시를 이용하고 세수로 택시비를 보전해주는 제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제도 시행으로 인한 비용이 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보다 훨씬 저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면허 갱신·적성검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또한 고령운전자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통안전교육 과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 밖에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로, 지난해 부산에서 도입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감소했다. 서울 양천구도 운전면허 반납을 권장하는 조례를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