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출판계 생존뿐 아니라 독자 위해서도 필요"

도서정가제 관련 긴급 현안 토론회
"원하는 책 언제나 구입할 수 있는 환경" 강조
출판·서점계도 근본적 변화 필요해
  • 등록 2020-08-20 오후 6:48:51

    수정 2020-08-20 오후 6:48:34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도서정가제는 독자의 이익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독자의 이익은 단지 가격적인 측면에서만 논의 돼서는 안된다.”

출판·서점·작가단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정가제 합의안을 파기했다”며 20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대강당에서 대응방안과 해결책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도서정가제 유지를 지지하는 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도서정가제는 서점, 출판계의 생존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최근 도서정가제 관련 논의에서 “도서정가제가 소비자들의 후생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독자의 이익을 늘린다는 것은 독자들이 읽고 싶은 다양한 책을 적정한 가격에서, 언제나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책이 적정한 가격에 판매될 수 있는 출판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책이 적정한 가격에 판매될 수 있어야 저자-출판사-서점-독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지속 가능하고 독자들의 선택권도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결국 일부 대형 출판사와 서점만 남고 중소형 서점과 도매상은 모두 사라져 문화적 다양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은 “베스트셀러를 위주로 판매하는 온라인 서점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 많은 양서들이 중소형 서점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도서정가제 없인 작가의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더 이상 문학이 존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독자들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통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환철 한국웹소설협회 회장은 “독자가 현재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책 값이 비싸서라기 보단 책을 더 할인해서 판매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어서”라며 “출판·서점계의 상황을 잘 이해시킬 수 있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업계에서도 도서정가제 논의에서 벗어나 근본적 출판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옥균 1인 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출판계가 위기에 빠진데는 공정하지 못한 유통구조가 있다”며 이런 산업 구조가 생긴데는 출판 산업 주체들에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2000년 초반 온라인 서점은 엄청난 할인율로 급성장했다”며 “전통 출판산업 주체들이 새로운 시장에 대해 준비가 없다가 응급조치를 하려다 보니 결국 가격 싸움으로 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판사와 서점이 신뢰와 공생을 위한 토대를 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이날 지난달 돌연 입장을 바꾼 문체부를 향해 “당장 밀실 협의를 멈추고 관련 업계와 대화를 지속하라”면서 “도서정가제 유지를 위해 어떤 대응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판서점작가계에서 20일 도서정가제 향방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가졌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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