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리말 사전 '말모이 원고' 보물 된다

문화재청, 8일 보물 지정 예고
"일제강점기 우리말 지켜낸 증거"
'조선말 큰사전 원고'도 보물로
  • 등록 2020-10-08 오후 5:50:12

    수정 2020-10-08 오후 5:50:12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문화재청은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 2종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8일 지정 예고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련 아래 우리 말을 지켜낸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료”라며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1889~?), 이규영(1890~1920), 권덕규(1891~1950)가 집필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의미다. 오늘날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주시경과 제자들은 한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살려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말모이’ 편찬에 매진했다.

‘말모이 원고’ 집필은 1911년 처음 시작해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이뤄졌다. 본래 여러 책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ㄱ’부터 ‘걀죽’까지 올림말(표제어)이 수록된 1책만 전해지고 있다. 240자 원고지에 단정한 붓글씨체로 썼고 ‘알기’ ‘본문’ ‘찾기’ ‘자획찾기’의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말모이 원고’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 체제가 한눈에 보일 수 있는 사전 출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원고지 형태의 판식(板式)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옛것과 새것이 혼합된 듯 고서의 판심제(판심에 표시된 책의 이름)를 본따 그 안에 ‘말모이’ 라는 서명을 새겼다. 원고지 아래·위에 걸쳐 해당 면에 수록된 첫 단어와 마지막 단어, 모음과 자음, 받침, 한문, 외래어 등의 표기 방식이 안내돼있다.

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사진=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524-2호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29~1942년에 이르는 13년 동안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돼 있다.

개인 소장본은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으로 참여한 고(故) 김민수 고려대 교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범례’와 ‘ㄱ’부분에 해당하는 미공개 자료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발굴해 함께 지정 예고하게 됐다.

‘말모이 원고’가 출간 직전 최종 정리된 원고로 깨끗한 상태라면 ‘조선말 사전 원고’ 14책은 오랜 기간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손때가 묻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1957년 ‘큰 사전’(6권)이 완성되는 계기가 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철자법, 맞춤법, 표준어 등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결과물로 국어사적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조선어학회 소속 한글학자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의 우리말 사랑과 민족독립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들 문화재에 대해 30일의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조선말 큰사전 원고’(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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