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관계자는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련 아래 우리 말을 지켜낸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료”라며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 ‘말모이 원고’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1889~?), 이규영(1890~1920), 권덕규(1891~1950)가 집필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 원고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의미다. 오늘날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주시경과 제자들은 한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살려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말모이’ 편찬에 매진했다.
‘말모이 원고’ 집필은 1911년 처음 시작해 주시경이 세상을 떠난 1914년까지 이뤄졌다. 본래 여러 책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ㄱ’부터 ‘걀죽’까지 올림말(표제어)이 수록된 1책만 전해지고 있다. 240자 원고지에 단정한 붓글씨체로 썼고 ‘알기’ ‘본문’ ‘찾기’ ‘자획찾기’의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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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소장본은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으로 참여한 고(故) 김민수 고려대 교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범례’와 ‘ㄱ’부분에 해당하는 미공개 자료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발굴해 함께 지정 예고하게 됐다.
‘말모이 원고’가 출간 직전 최종 정리된 원고로 깨끗한 상태라면 ‘조선말 사전 원고’ 14책은 오랜 기간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손때가 묻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철자법, 맞춤법, 표준어 등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결과물로 국어사적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조선어학회 소속 한글학자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의 우리말 사랑과 민족독립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들 문화재에 대해 30일의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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