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국 굿파머스 회장 “정부, 민간에 맡길 일은 민간에 맡겨야”

장경국 굿파머스 회장 인터뷰
2003년 방북이후 남북 민간 교류 최전선에서 활약
닭보급 사업 위해 북측과 대화 진행 중
"무분별한 투자 막고 민간에 남북 교류 역할 줘야"
  • 등록 2018-12-19 오후 5:05:31

    수정 2018-12-19 오후 5:05:31

장경국 굿파머스 회장(사진=굿파머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정부가 해야할 일이 있는가 하면 민간이 해야 할 일, 기업이 해야할 일이 있는데 너무 혼재돼 있다.”

지난 2003년 평양을 방문한 이래로 꾸준히 대북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장경국 굿파머스 회장이 민간 분야의 남북 교류 중요성을 설파했다. 올해 들어 남북 경색 관계가 풀리고 있지만 대북 사업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실효성 없는 사업만 벌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장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 굿파머스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대북 사업을) 정부가 다 하려고 한다”면서 “정부는 정부대로의 역할이 있고 민간 교류를 통해 남북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회장은 그 예로 산림녹화 사업을 들었다. 지금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차원에서 북한의 산에 산림 녹화 사업을 진행했지만 대다수 실패했다. 협동농장이 심은 옥수수가 문제였다. 옥수수는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고 뿌리가 얕아 홍수에 취약하다. 이 과정에서 산의 흙이 강바닥에 쌓이면서 하상이 높아지고 범람도 잦아진다.

장 회장은 “하상 정비를 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런 뒤에 산에 비료 작업을 해 옥토로 바꿔야지 산림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궁이로 취사를 하거나 난방을 하는 북한의 부엌 구조도 바꿀 필요가 있다. 장 회장은 “우리나라도 70년대 연탄으로 난방을 하면서 나무를 땔깜으로 쓰지 않았다”고 했다. 아궁이 구조를 바꾸는 일도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요컨대 정부는 기반을 닦고 묘목 지원 등 실제적인 역할은 민간에게 주면 된다는 설명이다.

장 회장은 현재 북측 집단농장에 닭 100마리씩 100곳에 나눠줘 키우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계란 1개 가격은 전세계적으로 대략 10센트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100마리를 키우면 하루 3달러, 한달에 100달러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북한의 공식 달러 환율은 1달러당 북한돈 150~160원선이지만 실제로는 8000원 이상으로 거래된다. 100달러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여기에 닭은 성장이 빨라 6~7개월만 키우면 알을 낳을 수 있다. 사료 1.5kg을 먹이면 고기 1kg를 얻을 수 있어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한 북한 식탁에 알맞은 가축이다. 돼지고기는 1kg를 얻으려면 사료 3kg, 소고기는 1kg를 얻기 위해 사료 6~7kg를 써야 한다.

장 회장은 “북한에 결핵환자와 간염환자, 정신질환자가 많은데 대부분 영양결핍에 따른 것”이라며 “단백질과 지방이 높은 식단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지 의약품 지원만 무턱대고 하다보면 내성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의사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1만 마리 농장이 아닌 100마리씩 100개 농장을 고집하는 것은 북한의 전력 사정에 그 이유가 있다. 자동화 설비를 지원해봐야 열악한 전력 사정으로 방치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사회마다 발전하는 속도가 다르다”라며 “우리나라 우유 소비가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은 냉장고가 보급되서다. 관련 사업이 같이 발전해야 규모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남북 교류 분위기 속에서 북측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대화도 나누는 중이다. 장 회장은 “이 모델이 정착되면 우리보다 큰 기업이 북한 전역에 이를 보급하면 된다”면서 “이후에도 굿파머스는 다른 지원 모델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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