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올해 초 이후 20% 넘게 급락한 한국전력(015760) 주가는 지난달 말 유가 하락이란 호재를 만나면서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주가는 다시 한번 암초를 만났다. 전기요금 인하를 위한 `누진제 개편`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전력 주가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주가는 연초 이후 21.5% 하락했다. 3월 4일 장중 최고점 3만6000원과 비교해선 석 달만에 38.5%가 빠진 것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에만 연결 기준 6299억원의 적자를 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적자다.
한국전력의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큰 요소는 유가 등 원료구입비와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한국전력 주가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가동률이 하락하면서 한국전력 주가는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10월 주가가 2만3850원을 찍고 반등하는 듯 했으나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에 올 3월 이후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한국전력의 주가에 악재들이 충분히 반영됐단 분석도 일부 나온다.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 이슈보단 유가 하락이 주가 흐름을 더 지배할 것이란 분석이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전력의 주가는 유가 하락세에 따라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현재 주가가 거의 바닥을 지나는 상황에서 누진세 개편안의 영향보다는 하반기 유가 하락에 따라 반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의 시차를 감안했을 때 유가 하락은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76.6% 증가한 3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국전력 주가를 떠받치는 유가 하락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승재 DB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과도한 감산이 재조정되고 하반기 미국 퍼미안(Permian) 분지의 원유 생산 파이프라인이 새롭게 개통되면 생산량이 늘어나 유가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