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지난주말 깜짝 고용지표 호조로 인해 사그라든 것처럼 보였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약화에 대한 희망의 불씨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8.5% 상승했고, 전월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8.7%, 전월대비 0.2% 각각 상승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를 밑돈 것이었다. 특히 8.5% 상승률은 지난 1981년 11월 이후 최대폭이었던 6월의 9.1%에 비해서도 0.6%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이 4.6% 하락하고 휘발유 값이 7.7%나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음식료품은 1.1% 상승에 그쳤고 임대료는 0.5% 올랐다.
아울러 전년동월대비 6.1%, 전월대비 0.5% 오를 것으로 점쳐쳤던 에너지와 농산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5.9%, 0.3%에 그쳐 실물경제 기저에 흐르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서히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가 커질 수 있다는 데 공감이 생겨났다.
팀 그리스키 인갤스앤스나이더 선임 투자전략가는 “7월 CPI 하나만으로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 했다고 단정 짓기는 이른 감은 있지만, 이 같은 CPI 상승률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분명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피터 카르디요 스파르탄캐피탈증권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도 “여전히 내구재 등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은 높지만, 농산물이나 석유류 등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아지고 있는 게 분명한 만큼 반가운 소식이긴 하다”며 “그리고 이는 인플레이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제 시장 기대는 연준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데 맞춰져 있다. 실제 이날 지표 발표 이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0bp 정책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점치는 확률이 73%까지 높아졌다.
전문가들도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퀸시 크로스비 LPL파이낸셜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지만 서서히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문제는 연준이 공격적인 매파적 언사를 언제쯤 멈출 것인가 하는 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좀더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나타나듯이,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차츰 덜 매파적으로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선임 투자전략가는 “희망컨데 이번 지표로 인플레이션이 꺾이길 바란다”면서 “이 지표 하나만으로 연준의 행보를 바꾸긴 충분친 않겠지만, 적어도 9월 FOMC 회의에서의 인상 속도를 늦추는 정도는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다른 한 편에선 연준이 7월 CPI만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그리스키 전략가는 “아직까지 이번주엔 생산자물가지수나 기대인플레이션 등이 나오는 만큼 지켜봐야 하며, 연준이 통화정책에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CPI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일단 7월 CPI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은 가질 수 있겠지만, 이것 만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행보가 더뎌질 것으로 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르디요 이코노미스트는 “이것 만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며, 여전히 9월 FOMC에서는 50~75bp 인상 가능성이 다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