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 대한 6년간의 지하물리탐사 결과 백제 사비기 왕릉의 배치와 규모를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지하물리탐사는 전기나 진동 등을 사용해 땅의 물리적 성질 변화를 측정하고 땅속의 구조물이나 매장문화재의 분포를 판단하는 고고과학 기술의 일종이다.
탐사결과 봉분의 외곽에는 호석(무덤의 봉분 외곽에 두르는 돌로 고분의 경계를 나타내고 봉토가 유실되지 않도록 함)으로 판단되는 이상체 반응이 확인됐다. 문화재 연구소는 이를 통해 사비기 백제 왕릉의 봉분은 현재 복원·정비돼 있는 지름 20m 규모보다 훨씬 크게 조성됐던 것으로 파악했다.
탐사결과 왕릉의 배치는 동하총과 중하총, 서상총과 서하총, 중상총과 동상총이 각각 두 기씩 모여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두 기씩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왕과 왕비의 무덤이 함께 조성되었거나 가족단위로 무덤이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 백제 고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1757년 제작된 ‘여지도서’에도 능산(陵山)으로 표시돼 있는 것으로 미뤄 조선 시대에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발굴조사는 1915년 일본인인 구로이타 가쓰미(黑板勝美)와 세키노 다다시(關野貞), 1917년 야쓰이 세이이치(谷井齊一)가 처음 실시했으나 정식보고서도 없이 간단한 설명과 사진 몇 장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현재는 1966년 보수공사 중 조사된 7호분과 함께 총 7기의 고분이 정비돼 있다.
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이런 조사를 통해 고분간의 선후관계가 확인된다면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사비기 왕릉의 주인과 백제 후기 능원의 모습을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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