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이 이끄는 사회변화…'후속 입법·실효성' 과제로

29일 한국법률가대회 헌재 관련 주제발표
헌법연구관 "제도적 보완·결정 실효성 확보해야"
24개 헌법불합치 중 10개 입법시한 경과 '방치'
토론자들 "위헌심사 기준 등 세밀한 검토 필요"
  • 등록 2024-10-29 오후 5:58:11

    수정 2024-10-29 오후 5:58:1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헌법재판소의 주요 결정이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왔지만, 결정의 실효성 확보와 심사기준의 명확화 등이 향후 과제로 지적됐다.

2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CJ법학관에서 열린 제14회 한국법률가대회 세미나에서 곽원석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은 “헌법재판소가 설립 36주년을 맞이했으나, 결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9일 제14회 한국법률가대회 세미나에서 곽원석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의 주제 발표 후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전현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형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종현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곽 선임헌법연구관, 김소연 헌법재판소 수석부장연구관, 이승훈 대법원 재판연구관, 박수정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사진= 성주원 기자)
곽 연구관은 2005년 호주제도 위헌결정,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등을 분석하며, 헌재가 헌법적 가치 실현을 통해 사회변화를 견인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헌재 결정의 실효성 확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2019년 4월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개선입법을 하도록 시한을 정했으나, 시한이 4년 가까이 지나도록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약국 개설 주체 제한에 관한 구 약사법 조항의 경우 2002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2년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않는 등, 현재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24개 법령 중 10개가 입법시한을 경과했음에도 여전히 개선입법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곽 연구관은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법에 결정의 집행에 관한 일반조항을 두고 있고, 스페인은 이행강제금 부과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수정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과 관련해 최근 조세감면규제법 사건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간 이견이 다시 표면화하면서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위헌심사 기준과 관련해서는 김종현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이 “무죄추정원칙과 비례원칙, 실체적 적법절차원칙 등 위헌심사기준간 중복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은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관련 헌재 결정에서 병역종류조항의 재판의 전제성 인정은 기존 판례와 달리 지나치게 확장된 해석”이라고 분석했다.

낙태죄 결정의 후속 입법과 관련해서는 권형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판사)이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수술 허용 사유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이승훈 재판연구관은 심판대상을 ‘의사’로 한정한 낙태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전현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변화가 완성되기 전 헌법재판소가 선도적 결정을 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 연구관은 헌재의 발전을 위해 헌법연구관 증원, 헌법재판 실무절차 개선, 헌법재판연구원의 역할 강화 등 구체적인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헌재소장의 임기, 재판관 임명체계, 예산 독립성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사항들도 함께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위헌심사의 적절성과 명확성, 결정의 실효성 등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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