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경기도 용인의 1322㎡(400평)규모 공유오피스에 1400개에 달하는 사업자가 입주해 있었다. 인천 송도의 비슷한 크기 공유오피스에도 1300여개 사업자가 등록돼 있었다. 사업자 1명당 0.3평에서 일한단 얘기인데, 실상은 ‘허위 사업자등록’이었다. 세금 감면을 받으려 지역에서 창업을 한 것처럼 ‘주소세탁’을 한 사례들이다.
| 주소세탁에 활용된 공유오피스들. 우편함에 우편물이 방치돼 있거나(왼쪽), 잠긴 출입문에 우편물 도착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다.(사진=국세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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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처럼 공제·감면제도를 악용한 조세회피행위를 적발해 추징한 세액이 2000억원에 육박하는 걸로 집계됐다. 법인 대상으로는 2900건에 1624억원을 추징해 전년과 비교하면 추징건수는 100여건, 추징세액은 1000억원 넘게 늘었다. 개인은 작년 694명을 적발해 125억원을 추징했다. 전년보다 적발 인원은 50여명 줄었지만 추징세액은 35억원 늘었다.
주소세탁을 통해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을 받는 건 공제·감면제도 악용의 대표 사례다. 국세청은 높은 창업중소기업 세액 감면율을 적용받기 위해 실제는 서울에서 사업하면서 용인·송도와 같은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 지역 공유오피스에 주소세탁한 유튜버와 통신판매업자들을 적발했다.
국세청은 ‘공유오피스 세원관리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해당 지역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무늬만 지방사업자’의 실사업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허위 신고가 드러나면 직권폐업 조치하고 부당하게 챙긴 감면세액도 모두 추징한다.
연구개발(R&D) 브로커를 통해 연구·인력개발비를 부당 세액공제 받는 행위도 적발 대상이다. 국세청은 병·의원, 학원, 호프집, 택시업체 등이 연구소 인정기관으로부터 연구소를 인정받아 실제로 연구개발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R&D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사례를 포착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불법 R&D 브로커에게 연구소 설립·인정, 연구노트 작성 등을 의뢰해 연구개발을 한 것처럼 꾸민 뒤에 R&D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기업이 다수 확인됐다”며 “실제 연구개발 여부가 의심되는 업종엔 ‘R&D 세액공제 전담팀’을 활용해 집중 관리한다”고 했다.
가짜 근로계약서를 내고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받는 기업, 이를 대리한 세무플랫폼 사업자도 검증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세무대리업체에 의한 기획성 경정청구, 허위로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크게 늘었단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에 부당환급을 막기 위한 국세청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자 국세청은 폐업 등으로 상시근로자 수가 줄었거나 배제 업종(호텔업·여관업 등)을 영위하면서 공제를 신청한 기업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대리인이 허위 근로계약서를 제출해 부당하게 환급 신청하는 경우 세무사법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징계요청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엄정한 공제·감면 사후관리로 탈세 꼼수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