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속은 타 들어가요"…전국 농민 '4대강 보 해체 반대' 상경 집회

4대강보해체저지범국민연합,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서 집회
4대 강, 16개 보 주변 농민들 상경해 집회 참여
“농사 지을 물 필요한데, 무작정 보 해체는 농민들 속 모르고 하는 말”
  • 등록 2019-05-02 오후 6:00:10

    수정 2019-05-02 오후 6:07:03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4대강 보 해체 저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4대강 보 해체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전국 농민들이 상경해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정책이 농민들의 현실을 알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4대강보해체저지범국민연합(이하 4대강국민연합)은 2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4대강 보해체 저지 범국민대회’를 열고 4대강(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보 해체 반대를 주장했다. 이 집회에는 전국 4대강과 16개 보 주변의 농민들과 시민단체 등이 상경해 주최 측 추산 약 1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4대강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오 전 국회의원은 “농사를 못 지으면 먹고살 것이 없고, 먹고살 것이 없으면 죽는 것 아니겠냐”며 “정부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줘야 하는데 이를 빼앗아가려고 하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4대강 보 해체 반대를 주장하며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집회 참석자는 농번기를 앞두고 상경한 농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4대강 보 해체와 이에 대한 후속대책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농민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충남 공주에서 집회를 위해 올라온 농민 서모(65)씨는 “지금 모내기를 한참 해야 하는 시기인데 오늘 집회를 위해 12시에 서울로 올라왔다”며 “(4대강 보 해체는)환경부에서 농민들 삶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경북 상주 낙동강 근처에 사는 농민 정모(55)씨는 “이미 돈 들여서 만든 보는 없앤다고 하고 그 대신 지하수를 파라는데, 지하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요즘 지하수는 50~100m는 파고 들어가야 나오는데 이집 저집에서 하나씩 파다보면 지반은 약해지고 사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잘 사용하고 있는 보를 왜 때려부수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보 해체가 결과적으로 농가의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비판도 이어졌다. 경북 구미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고모(59)씨는 “벼 한포기가 익으려면 가을에는 하루에 물이 한 말(약 18ℓ)씩 든다는 말이 있을 만큼 물이 많이 필요하다”며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선 논 농사 뿐만 아니라 토마토와 오이, 양파, 마늘, 참외 등 하우스에서 특수작물을 재배해야 하는데 이런 작물들도 물이 엄청나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가 마련돼서 안정적인 물 공급이 있어야만 이러한 작물을 키울 수 잇는데, 이런 농민들의 생계 고민은 모르고 갑자기 보를 없앤다고 나서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며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치인들 역시 참여해 발언하기도 했다. 지역구에 칠곡보가 있는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리 농민들 농가소득을 위해서라도 보해체는 만드시 막아야 한다”며 “우리 농토 내가 지킨다”는 구호를 외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풍부한 물 있어서 농민들은 좋다고 하는데, 이명박 정권을 덮기 위해 보를 철거한다는 것이야말로 신(新) 적폐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4대강국민연합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관련 정책에 반대해 지난 3월 28일 출범한 단체다. 이들은 지난 4월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1000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중이다. 아울러 25일에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4대강 조사평가에 관련된 7명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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