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고정익 무인기를 해군 함정에서 이륙시키는 첫 전투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해군은 기존에 수직 이착륙 무인기를 운용해 본 적이 있지만, 활주로가 필요한 고정익 무인기를 띄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군은 13일 “동해상 대형수송함 독도함에서 고정익 무인기 시제기를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고정익 무인기는 회전익 무인기에 비해 빠른 속력과 넓은 활동 범위를 갖기 때문에 해상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정익 무인기는 대부분 육상의 긴 활주로에서 이착륙하고 운용되기 때문에 그동안 함정에서 운용하는 것이 제한됐다.
| 12일 동해상 독도함에서 이뤄진 함정 무인기 전투실험 모습 (사진=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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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전투실험을 한 고정익 무인기는 아직 개발 중인 미국 제너럴아토믹스(GA)의 중고도 무인 정찰공격기 MQ-1C 그레이이글 스톨(STOL) 모하비(이하 그레이이글) 시제기다. 길이 100m 이내의 함정 비행갑판에서 활주해 이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함정 전투실험에 적합한 무인기로 평가됐다.
특히 무인기는 유인 전투기나 초계기에 비해 훨씬 긴 20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그레이이글은 한번에 최대 25시간 작전을 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도입 시 최신 해상초계기 P-8과 함께 한반도를 24시간 정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레이이글은 독도함에 최대 6대까지 실을 수 있다.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최대 16기를 탑재한다. 공대공 스팅어 미사일, GBU 소형 폭탄, 대드론 기능 등이 추가됐다. 유효 탑재 중량은 1633㎏이다.
독도함은 애초에 항공모함으로 설계된 배가 아닌 만큼 고정익 무인기를 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독도함의 가로 폭은 31m가량인데, 아일랜드(함교 및 관제탑)를 제외하면 무인기가 활주할 수 있는 폭은 21m에 불과하다. 그레이이글은 날개폭 16m, 길이 9m로, 왼쪽 날개 끝이 독도함 밖으로 나간 상태에서 활주를 해야 안전하다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속력을 높여가는 이륙은 가능하지만, 착륙은 안전상 문제로 이번 전투실험에서 시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군은 향후 유무인 항공 전력을 탑재할 수 있는 함정 플랫폼에 대한 소요 제기도 함께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 12일 동해상 독도함에서 이뤄진 함정 무인기 전투실험 모습 (사진=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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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함에서 이륙한 그레이이글은 약 1시간 동안 독도함 및 해군항공사령부와 통신을 유지하며 동해 상공을 비행한 후 포항 해군항공사령부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이번 전투실험을 주관한 김병재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은 “이번 전투실험을 통해 고정익 무인기 운용에 최적화된 함정 형상과 소요 기술 등을 도출하고 도출된 결과를 발전시켜 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첨단 과학기술군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