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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통과 후 역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득표율을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 36.64%를 시작으로 △김영삼 41.96% △김대중 40.27% △노무현 48.91% △이명박 48.67% △박근혜 51.55% △문재인 41.08% △윤석열 48.56% 등이다. 국민 과반의 지지를 받고 탄생한 정부는 박근혜 정부 단 하나다.
박빙의 승부, 그리고 30%대 지지율을 기록하더라도 상대 후보에 비해 한 표만 많아도 승자로서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상황이 40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번 대선마다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선거 막바지 후보 간 단일화를 위한 ‘밀실 협상’, 다양한 계층에 대한 지지 호소가 아닌 극단적인 ‘갈라치기’ 행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선거를 열흘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이재명·김동연 후보가 각각 단일화를 이뤘다. 국민들이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지향점을 가지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사이에서 사실상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단 한 번의 선거로 모든 결과가 나오는 탓에 자신에 대한 ‘팬덤’에 의존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특히 윤 후보는 ‘이대남’(20대 남성), 이 후보는 ‘이대녀’(20대 여성)을 구애를 펼치며, 가뜩이나 젠더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다시 한 번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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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단순 다수제’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결선 투표제’다. 1차 투표에서 일정 비율(50% 등)을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득표 상위 2인을 대상으로 재투표해 당선인을 정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1차 투표에서 27.85%, 2차 투표에서 58.55%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브라질은 대선을 앞두고 정당간 치열한 연합 전선이 이뤄진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은 오는 10월 대권에 도전장을 던지며 중도 성향 인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도 했다.
프랑스와 브라질 외에도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체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 대통령제 국가 95개국 중 80개국 이상이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결선투표제의 장점은 명확하다. △대표성 강화 △사표 발생 억제 △군소정당의 영향력 확대 등이다.
두 차례에 걸친 투표로 자연스럽게 과반 이상의 득표를 한 인물이 당선되는 구조기 때문에 당선인의 대표성을 강화, 민주적 정당성과 통치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선 자신의 지지 후보가 유력 후보가 아닐 경우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선투표제에서는 후보의 당선가능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결선투표제 도입 법안을 발의한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제 자체가 국회와 대통령·행정부와의 갈등이라는 것이 상존하는 정부 형태이기 때문에 국민의 과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선출되면 국정운영의 추동력이 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고, 정권의 정당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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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역대 가장 큰 표차로 승리했지만,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득표율이라는 아이러니한 성적표를 받아든 당선인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 대통령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표하고 국민투표를 추진했지만 여야 정치권의 갈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헌 계획을 밝혔지만, 대선 패배로 무위로 돌아갔다. 개헌 외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결선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치 공방 우려가 큰 탓에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결선투표제는 선거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유권자로서는 2차 투표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후보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대선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 등을 들어 결선투표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이들이 있다”며 “결선투표는 군소정당 후보가 조금이라도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고, 대통령의 정통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