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서울시장 출사표 왜 문제일까[국회기자 24시]

총선 불출마 선언했던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 선언
비대위원장, 원내대표…민주당 주요 요직 86 운동권 차지
  • 등록 2022-04-02 오전 9:15:00

    수정 2022-04-02 오전 11:32:17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여야를 넘어 운동권 동우회 기득권을 타파하는 새로운 정치 시대로 나아가겠습니다. 저 송영길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월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의 말입니다. 당시 빗발치는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운동권 용퇴론’ 요구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죠. 그동안 민주당을 대표하는 세대가 뒤로 물러나겠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향도 컸습니다.

송 전 대표와 함께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40년 가까이 ‘86그룹’ 맏형 역할을 해왔던 우상호 의원도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에 동참했고, 이 같은 중진들의 결단은 열세라고 예상됐던 대선을 0.6% 포인트 차이라는 접전까지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송 전 대표 등은 각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습니다.

이렇게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듯했으나 최근 ‘86 운동권 세대’가 다시 민주당의 뉴스 대부분을 장식하는 모양새입니다.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86세대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이 선임되며 당을 수습하는 역할을 맡았고, 원내대표로는 이 세대의 막내 격인 박홍근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그리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86세대의 용퇴가 아닌 오히려 약진이 더 두드러지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안민석 의원과 조정식 의원도 60년대에 태어난 80년대 학번 출신이죠. 제주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오영훈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입니다. 자기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이같이 밝힌 송 전 대표의 말이 무색해지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특히 이러한 86세대의 용퇴가 아닌 전면 재등장의 하이라이트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지 불과 22일 만에 ‘소(小)통령’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말이 ‘지방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일까요. 분명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송 전 대표였지만 “오직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당원으로서 직책과 직분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겠다”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물론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민주당 후보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용퇴를 선언했던 송 전 대표의 행보에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아울러 대선 이후 오히려 굳건해진 민주당 내의 86세대,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어떨지, 6월 지방선거의 결과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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