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美금리…하반기만 5000억 담은 개미 어쩌나

하반기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종목 봤더니
국채금리 하락에 베팅 '집중'했다 수익 부진
추가 금리 급등 가능성 낮아…'저가 분할매수' 기회
  • 등록 2023-10-04 오전 6:30:00

    수정 2023-10-04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계좌에 때 이른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반기 들어 서학개미들은 미국의 긴축이 종료될 것을 기대하며 미국채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에 집중 투자하고 나섰지만, 예상과 달리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까닭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반기(7월 3일~9월 29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불3X 셰어즈’(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TMF)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은 3억7814만달러(5137억원)에 달했다.

이 ETF는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 국채로 구성된 ‘ICE U.S. 20년 이상 미국채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한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국채 가격이 상승해야 수익이 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이른 시일 내 기준금리 인하로 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리며 해당 ETF의 인기가 높아졌다.

하지만 TMF ETF는 최근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지난 4월만 해도 10.3달러(1만4000원)에 거래되던 TMF는 2일 4.68달러(6400원)까지 추락했다.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은 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연말 한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 금리 인하 횟수도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미국의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고, TMF는 급락했다.

국제유가의 급등세도 금리 인상 기조에 가세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물가가 상승해 금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1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4.7090%로 한 달 만에 54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가 당분간 수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금리가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금은 장기채 ETF를 사기에 좋은 때라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이 장기물에 비해 적은 단기물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시장금리가 급하게 오른 만큼 추가 오버슈팅(일시적 폭등·폭락)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기존에 이 ETF를 담지 않았다면 지금이 저가 매수 타이밍이란 얘기다. 추가적인 금리 급등 가능성이 낮아 분할매수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미 국채 30년물이 급등했을 당시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물타기’에 나선 바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에 베팅한다면 TMF의 반대 성격의 상품 ‘디렉시온 데일리 20년이상 미국채 베어 3X 셰어즈(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EAR 3X SHS ETF·TMV)’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이 상품은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수익을 보는데, 지난 4월 초 26.45달러(3만6000원)에 불과했지만 이달 2일 46.03달러(6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서학개미들이 하반기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2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2억9380만달러·4000억원)로 집계됐다. 3위는 ‘아이쉐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헷지 ETF’(2억3633만달러·3210억원)이며 4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X 셰어즈’(2억1070만달러·2862억원), 5위는 애플(1억9018만달러·26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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