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주요 대형병원의 ‘주 1회 휴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외래 진료와 수술이 중단된다는 뜻인데요. 그만큼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커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의대 교수들의 사직까지 현실화하면서 의료 공백이 더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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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이미 일주일에 하루 진료와 수술을 멈추는 이른바 ‘주 1회 셧다운’을 공식화한 데 이어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빅5’ 병원이 모두 진료 일수를 줄인 겁니다.
이도상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장은 주 1회 휴진 계획을 밝히면서 “장기간 지속되는 의료비상 상황에서 의료진의 번아웃과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이러한 비상조치가 빨리 정상 상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측은 휴진을 하더라도 응급·중긍환자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정기적으로 대형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상당수인만큼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병원들은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한 암 환자 커뮤니티에 ‘세브란스병원에서 30일 진료인데, 하루 휴진한다고 연락이 와서 일정 변경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 등 불편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상황에서 각 병원 비대위 수뇌부를 중심으로 사직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인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날부터 병원을 떠난다고 밝혔고, 분당서울대병원 소속인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방재승 신경외과 교수 등 4명도 내달 1일 자로 실질적 사직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의대 교수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의정 갈등이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5일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가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렸지만, 의료계가 불참하며 ‘반쪽 짜리’라는 수식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전공의와 의사단체에서 의료개혁특위 위원으로 조속히 합류해 의료시스템 개선에 머리 맞대길 기대한다”며 재차 손을 내밀었지만 의협 등 단체가 이에 호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가운데 끼어있는 환자들입니다. 특히 환자들은 수술 등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고, 말기암 환자 일부는 사실상 치료 포기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변인영 췌장암환우회 대표는 “수술 이후 재발을 한 뒤 전이가 돼 4기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며 “제대로 된 병원 환경이었다면 항암치료를 받고 더 많은 삶을 살 수 있었는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장기 폐색이 왔다. 병원에서는 ‘호스피스를 알아보라’는 말을 했다. 그냥 죽으라는 뜻”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여기에 의사들의 주 1회 휴진과 사직이 현실화하면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환자들의 목소리입니다. 변 대표는 “설마 환자들의 마음을 제일 잘 알고 계신 교수님들이 환자들을 버리고 갈까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며 “결국 환자들을 버리고 간다면 중증환자들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교수님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