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말환 ‘꿈꾸는 40106’(Dreaming 40106·2023), 캔버스에 혼합재료, 65.1×100.0㎝(사진=갤러리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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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막 파마를 끝낸 듯 풍성한 머리를 얹은 튼튼한 나무 아래 종종거리는 어린 새들. 마음이 푸근해지는 정경이 아닌가. 싱그러운 초록 바탕에 어울린 따뜻한 노랑은 눈까지도 푸근하게 하고. 숱하게 그려진 나무와 숲, 새지만, 이처럼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은 흔치 않다. 숨긴 것, 가진 것을 다 내려놓게 하는 ‘무장해제’, 바로 그 경지에 올려놓는 거다.
작가 안말환(66)은 나무를 그린다, 아니 키우고 가꾼다. 그 나무가 숲이 되고, 그 숲이 새들을 불러모으는 ‘삶의 과정’을 화면에 붙들어둔다. 통틀어 ‘편안한 나무’지만 작가의 나무에는 ‘역사’가 있다. 초기에 이름 모를 추상화한 나무를 시작으로 미루나무, 바오바브나무, 소나무까지 일정 기간 연작을 만들어냈는데. 종류는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으니 ‘한국적 미감’이다.
그중 하나라면 두툼한 질감일 거다. 돌가루 섞은 질료를 긁거나 파내 만든 특유의 장치는 작가의 ‘무기’가 됐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 무기를 크게 휘두르는 법이 없다. 그저 보는 이의 가슴에 역시 두툼하게 얹어낼 뿐. “나의 나무는 지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신선한 숲, 세상에서 가장 크고 깨끗한 호흡이 되려 한다”고 했더랬다.
그런 나무의 소망 한 줄기가 ‘꿈꾸는 40106’(Dreaming 40106·2023)일 터. 나무를 그린 지 30여년이란다. 작은 묘목을 땅에 심어도 장성한 나무가 됐을 세월이다. 캔버스에서 키운 나무라고 다르겠는가.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매헌로 갤러리작서 여는 기획전 ‘안말환: 행복이 열리는 나무’에서 볼 수 있다. 신작 30여점을 걸었다.
| 안말환 ‘꿈꾸는 212029’(Dreaming 212029·2021), 캔버스에 혼합재료, 40×80㎝(사진=갤러리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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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말환 ‘꿈꾸는 2210133’(Dreaming 2210133·2022), 캔버스에 혼합재료, 30×60㎝(사진=갤러리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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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말환 ‘꿈꾸는 나무’(Dreaming Tree·2022), 캔버스에 혼합재료, 80.3×130.3㎝(사진=갤러리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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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말환 ‘꿈꾸는 50129’(Dreaming 50129·2023), 캔버스에 혼합재료, 60×130㎝(사진=갤러리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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