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반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선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금융불균형 상황 등을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상승 전환될 전망이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것도 골칫거리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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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전세 임대가구(집주인)는 116만7000가구인데 전세보증금이 올 3월 수준(전년대비 15.4% 하락)을 유지할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은 올해 24조20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 만기 도래 전세보증금 총액 288조8000억원의 약 8.4% 수준이다.
전세보증금이 3월 수준을 지속할 경우 집주인의 6.1%, 7만1000가구는 빚을 내더라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 대출금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로 제한된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막히기 때문이다. 만약 전세보증금이 더 떨어져 작년 3월 대비 20% 가량 하락하는 경우엔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의 비중이 7.6%, 약 9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은 보유한 주택을 내다 팔아야만 보증금 상환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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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시장은 가격 하락세가 멈추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주택 가격의 방향성은 예견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미분양 주택이 대구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7만1000호(전국 4월 기준)에 달하고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도 2021년 93.8%에서 올 1분기 49.5%로 급락했다. 건설사별 평균 분양 및 공사 미수금은 작년 234억7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34.1%나 증가했다. 2007~2008년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후 약 3년간의 시차를 두고 건설사 부실 위험이 커졌던 경험도 있어 미분양 주택과 미수금이 쌓이면 건설사 부도 위험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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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중 연체액이 증가한 차주 중 58.8%는 취약차주였다. 취약차주는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차주를 말한다. 하반기 신규 연체 취약차주의 39.5%는 신규 연체잔액이 연간 소득액을 상회했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의 3월말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6% 증가했다. 1인당 대출규모는 3억3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 빚(9000만원)의 3.7배에 달했다.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3월말 10.0%로 작년 6월말(5.7%) 대비 4.3%포인트나 급등했다. 한은은 1개월 이상 연체가 아닌 5영업일 이상 연체 또는 세금 체납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열말께 18.5%로 껑충 뛸 것으로 추정됐다.
취약차주의 연체율 급등은 비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작년말 취약차주가 보유한 가계대출 중 비은행에서 받은 가계대출이 60.8%를 차지했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3월말 현재 각각 5.6%, 2.8%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그나마 장기 평균 수준인 9.3%, 3.2%는 하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