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질식시키고 아내 극단선택 방조…남편만 살았다[그해 오늘]

남편만 살아남은 ‘나주 모녀 사망사건’
친딸 살해·아내 극단선택 방조 혐의
“술·수면제 먹고 자서 몰랐다” 주장에도
40대 남성, 2심서 징역 7년→12년 형량 가중
  • 등록 2024-06-10 오전 12:00:03

    수정 2024-06-10 오전 12:00:03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두 사람이 숨져 있었다”

초등학생 딸과 아내는 죽고, 남편만 살아남았다. 현장에 있던 남편 A(49)씨는 이와 같이 말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진=게티이미지)
2021년 6월 10일 밤부터 다음날인 11일 오전 5시 30분 사이 A씨는 전남 나주에 있는 본인의 집에서 아내(47)와 공모해 딸(8)에게 해열제에 신경안정제를 섞여 먹인 뒤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이후 아내는 신경안정제를 과다복용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 했고, A씨는 이를 보고도 가만히 방조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아내는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됐고, 딸은 침대에 누워 숨져 있었다.

아내와 공모해 딸을 질식시키고 아내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당시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고 잠들다보니 아내와 딸이 숨진 것을 일어나서 발견했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A씨 부부가 공모해 딸을 숨지게 한 뒤 약을 먹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A씨가 가족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점, 사건 전날 아내가 남긴 자필 유서의 내용, 딸의 몸에서 A씨의 유전자 정보가 다수 검출된 점, 딸이 가장 먼저 숨진 뒤 아내가 약물 중독으로 숨졌다는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또 A씨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딸을 살해한 범인’이라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아내와 딸을 살해하기로 공모한 적이 없고 극단적 선택을 결의한 적도 없다”며 “원심은 사실과 법리를 오인했다“며 항소했다. 검찰도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배우자와 자녀가 쓰러졌음에도 조처를 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것과 직후에 유서로 보이는 글을 작성한 것을 토대로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사실오인 등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에는 “피고인이 자녀를 살해한 부분에 대해 참작할 부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살인과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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