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나 포트폴리오(투자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PEF 업계에서는 투자 대비 15~20% 이상의 수익률만 내도 ‘잘했다’고 평한다. 간혹 100~200%의 수익률을 내면 이른바 ‘대박’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흔치 않은 사례라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PEF 운용사인 H&Q코리아(H&Q)가 최근 매각한 온라인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가 투자 대비 8배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인수합병(M&A) 업계에서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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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는 지난달 글로벌 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에 잡코리아 매각 작업을 완료했다. 최종 매각가격은 약 9000억원에 책정됐다.
H&Q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잡코리아 지분 전량을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됐다. 인수 이후 리파이낸싱(재융자)과 배당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감안하면 이번 매각으로 투자원금(약 1145억원) 대비 약 8.5배의 엑시트(자금회수)에 성공했다.
H&Q 입장에서도 이번 매각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올 들어 이달 현재까지 PEF가 주도한 매각 사례로는 최고 금액과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1968년 미국에서 출발한 글로벌 PEF 운용사로 1998년 한국 사무소를 연 이래 23년 만에 최대 ‘빅딜’을 일궈냈다.
이후 1년 넘게 경영 프로세스에 참여한 H&Q는 잡코리아가 충분히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던 2015년 몬스터닷컴이 재무개선 목적으로 지분 매각 움직임을 보이자 지분 확보에 나섰고 잔여지분 50.1%를 11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PEF 업계가 잡코리아에 주목한 점은 똘똘한 실적 지표다. 2019년 기준 잡코리아의 영업 이익률은 45%(매출 1050억원·영업이익 480억원)에 달한다. 임직원 수 300명 남짓에 대형 빌딩(사옥)이나 공장 등 마땅한 케파(생산능력)가 없는 상황에서 내는 실적으로는 매력적인 수치다.
4호 블라인드펀드 투자 개시…‘IT·핀데크 관심’
수년간 쌓아온 고객 아카이브에 대한 잠재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잡코리아는 온라인 채용정보 시장점유율 40%를 확보한 업계 1위 사업자다. 개인회원 2700만명(기업회원 450만곳)에 업계 최초 모바일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4000만명을 돌파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잡코리아 매각 때 책정한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멀티플)가 약 17배 정도에 책정됐는데 향후 이보다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금액으로 이어졌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대박에 기뻐하기도 잠시. H&Q는 지난해 4분기 5000억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마치고 새 포트폴리오 찾기에 분주하다.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사인 에이치앤이루자(옛 이루자)에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 형태로 약 1000억원을 베팅하며 시동을 건 상황이다.
H&Q는 4호 블라인드펀드로 잡코리아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핀테크(금융기술), 스페셜 시추에이션(특수상황) 등의 포트폴리오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앞선 트랙레코드(투자사례)를 중점적으로 살피기 때문에 잡코리아 사례를 예의주시할 것이다”며 “향후 H&Q가 후속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할 때 현재보다 더 큰 규모로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