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중과세로 묶인 해외 유보 900억弗, 방치만 할 건가

  • 등록 2022-09-27 오전 5:00:00

    수정 2022-09-27 오전 5:00:00

원·달러 환율 1400원선이 붕괴되는 등 외환시장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중과세로 해외에 묶여 있는 기업들의 유보금이 900억 달러를 웃돈다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법인이 국내로 배당하지 않았거나 현지에 투자하지 않은 채 갖고 있는 유보금(재투자수익수입액)은 지난 한해 104억달러 불어나 누적 기준 902억달러(128조원)로 역대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법인으로부터 들어오는 배당금은 해당 기업의 소득과 합산해 법인세를 책정하고 있어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는 일부 세액공제가 있다 해도 기업들이 굳이 국내로 들여올 유인이 없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달 초 해외법인의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 방안을 담은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인하 자체를 ‘부자감세’ 프레임으로 엮어 법인세법 개정안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달러화 부족 우려로 원화 값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해외의 달러를 들여올 수 있는 길목을 정치권이 틀어막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기업의 해외유보금을 국내로 끌어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한국, 멕시코 등 6개국을 제외한 32개국이 해외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세금을 냈는데도 국내로 자금을 이전할 때 또다시 세금을 매기게 되면 이중과세로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2009년과 2018년 각각 해외 배당소득을 비과세로 전환한 일본과 미국의 경우 해외유보금의 95%, 78%가 각각 국내로 환류됐다고 한다. 한국에 동일한 조치가 시행된다면 80% 수준만 유입된다고 가정해도 722억 달러의 국내 공급 효과가 있는 셈이다. 올 1분기 외환 당국이 원화값 방어에 쏟아부은 외환보유액(83억1100만달러)의 거의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만 소진하는 건 한계가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유보금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스스로 장벽을 만들어 차단하는 건 넌센스다. 정치권이 각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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