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작은 기업일수록 의사소통 원활…위험성 평가 효과적"

[산재 예방하는 위험성 평가]①50인 미만 제조업체 가보니
안전 내세운 경영 철학, 안전모부터 작업환경까지 안전 ‘꼼꼼’
업체 대표 “‘일시불’로 안전 완성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작은 기업이 의사소통 기회는 더 열려, 위험성 평가 효과적”
  • 등록 2023-06-20 오전 5:00:00

    수정 2023-06-20 오전 5:00:00

[용인=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과 후끈해진 공기에 더운 여름이 다가왔다는 걸 느낀 지난 16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수출용 포장전문업체 ‘명성물류포장’(명성)에서는 점심 식사를 마친 5~6명의 직원이 작업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목재를 이용해 수출용 상자를 만들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포장하는 명성은 전체 직원 수가 34명 수준인 소규모 기업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수출용 포장전문업체 명성물류포장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상자 조립 작업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반소매 옷을 입고 있어도 온몸이 땀범벅이 될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도 작업에 나선 직원들은 모두 안전모와 안전화, 보호안경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는 등 복잡하고 거친 작업에도 깔끔하게 정리된 작업장 내부와 직원들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명성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 인증을 받은 업체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사업장의 위험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제도다. 명성은 정기적으로 근로자가 참여해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파악할 뿐 아니라, 작업 전엔 늘 위험 요인과 작업 주의사항을 설명하기 위한 회의를 여는 등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자율 체계를 마련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위험성 평가는 최근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규제를 나열하고 못 지키면 처벌하는 방식이 산재 감축에 한계를 보임에 따라 정부가 사업주와 근로자가 사업장의 위험을 발굴·개선하는 방식으로 산재 정책을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수출용 포장전문업체 명성물류포장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안전 장치가 마련된 목재 절단 설비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명성이 주목받는 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임에도 안전을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는 점도 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는 828명, 이 중 80% 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다. 소규모 사업장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충분한 안전 비용까지 확보하기 어렵다고 항변하곤 한다. 하지만 명성은 사업주의 의지만 있으면 소규모 사업장도 안전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명성 대표는 “창업 전 다니던 직장에서 사고로 근로자가 숨진 뒤 후속 조치 과정에서 사업장이 문을 닫는 경험을 했고, 경영과 근로자 안전은 떼어놓을 수 없다는 철학을 세웠다”며 “처음에는 작업 현장에 안전의식을 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점차 자리가 잡히면서 오히려 대기업과 계약할 때 내세울 경쟁력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위험성 평가가 사고를 줄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명성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 회사의 안전관리 담당자인 천지민 과장은 “대기업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소기업은 전 직원들과의 의사소통 기회가 더 열려 있다”면서 “정기적인 평가와 별개로 수시로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면 근로자에겐 안전의식을 심고 현장의 위험요인도 더 수월하게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방글라데시 외국인 근로자 타래가 씨도 “위험요인이 눈에 띄면 즉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며 “또 의견을 말하면 회사에서 고쳐준다는 믿음이 있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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