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혜자카드 단종 러시...'돈벌이' 때문이라고요?[궁즉답]

'적자 구조 상품' 운영 못하는데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 낮아져
비용 감내하려면 혜택 축소해야
당국 축소 승인 안해...결국 단종
  • 등록 2022-02-19 오전 8:00:00

    수정 2022-02-19 오전 8:22:10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 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Q: 신용카드 회사들이 혜택이 좋아 이른바 ‘혜자 카드’로 불리는 신용카드 상품을 속속 단종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요. 그럼에도 혜자 카드를 없애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카드사가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A: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카드사들이 혜자카드 발급을 잇따라 중단하는 것은 관련 법에 따라 ‘적자 구조의 상품’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카드사가 신용카드를 판매하고 회원을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따졌을 때 비용이 커지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카드사 입장에서 혜자카드에 담긴 혜택은 비용인데, 비용이 수익보다 커진 카드는 단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를 이해하려면 카드사가 신용카드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용카드로 얻는 수익은 △소비자가 매년 한 차례 납부하는 ‘연회비’ △소비자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가맹점이 내는 ‘가맹점 수수료’(카드수수료) △소비자가 할부 이용시 발생하는 ‘할부수수료’ 등 세가지입니다.

비용은 △업무원가 △자금조달 비용 △대손 비용으로 나뉘는데요. 이 가운데 업무원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카드 사용 시 받는 혜택들, 이를테면 할인, 포인트 적립, 무이자할부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이 업무원가에 포함됩니다.

마케팅 비용, 즉 소비자 혜택은 카드 유효기간인 5년 동안은 축소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는 출시 3년 후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금감원이 카드 혜택 축소를 승인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카드 수익의 대표 항목인 카드수수료는 3년마다 인하돼 왔습니다. 카드사는 적자 상품을 운영할 수 없다고 했죠? 카드사가 과거의 높은 혜택(카드사로선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수익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떨어졌고 결국 적자 구조로 돌아선 카드를 단종한 것이죠.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수익이 떨어졌다니 의아하실 겁니다. 매년 카드사 실적을 견인한 것은 카드론 등 대출(금융 판매) 부문입니다. 지난해엔 카드론 운용시 발생하는 대손 비용이 대거 환입된 영향도 컸죠. 그런데 신용카드 운영(신용 판매) 시 따지는 수익 항목엔 대출로 인한 수익은 빠져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카드사가 대출 영업으로 전체 실적은 좋아졌지만, 개별 카드 상품을 놓고 보면 비용(소비자 혜택)은 제자리이지만 수익(카드수수료)은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업계가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하는 것은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카드 판매·운영)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카드사가 새로 출시하는 상품 혜택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카드사는 왜 적자 상품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과거엔 가능했습니다. 시장점유율(MS)을 늘리기 위해 적자를 감내하고도 혜택이 큰 상품을 대거 출시했죠. 지금 잇따라 단종하는 혜자카드가 그것들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만만치 않았죠.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과당경쟁이 도를 넘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혜택들, 즉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높은 카드수수료로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카드수수료 원가(적격비용)에 마케팅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죠.

카드수수료는 적격비용에 따라 정부가 정하는 유일한 시장 가격인데요. 정부는 2018년 말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며 카드사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카드상품 출시 전 과도한 부가서비스 탑재 자제를 유도하겠다고 했죠.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카드업계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가 2020년 1월 업계가 자율적으로 내놓은 ‘카드상품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입니다. 가이드라인이 정한 ‘기본원칙’(제3조)은 카드사가 카드상품을 개발(출시)하거나 운영할 때 합리적인 수익성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새로운 상품 개발시엔 신용판매 수익이 비용보다 크도록 설계해야 한다(제4조5항)고 규정했습니다. ‘적자 상품’을 내놓지 말라는 것이죠.

가이드라인에 대한 법적 근거도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제24조의12)은 카드사가 카드상품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이를 위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짚어 볼 문제는 카드수수료가 이미 상당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2018년 말에 이어 지난해 말에도 인하됐습니다. △연매출 2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012년 1.5%에서 지난해 말 0.5% △연매출 2억~3억원 가맹점은 같은 기간 2.12%에서 0.5% △3억~5억원 가맹점은 2.12%에서 1.1% △5억~10억원 가맹점은 2.12%에서 1.25% △10억~30억원 가맹점 2.12%에서 1.5% 등으로 각각 낮췄습니다.

이들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발생하는 수익(카드수수료)이 10년 동안 이만큼씩 낮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카드사가 소비자 혜택(비용)을 주기 위한 수익이 낮아진 것이죠.

물론 이런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 수익과 비용을 구성하는 항목이 카드수수료(수익), 소비자 혜택(비용) 외에도 많지 않느냐. 다른 수익 및 비용 항목에 따라 수익성이 좋아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맞습니다. 수익 항목에선 연회비와 할부수수료가, 비용 항목엔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더 있죠. 하지만 수익에선 카드수수료가, 비용에선 마케팅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큽니다.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해 고비용 마케팅 구조를 직접 뜯어고친 것도 이 때문이죠. 더구나 지금은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어 조달비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는 기존 카드의 혜택 축소만이라도 당국이 승인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혜자카드 단종으로 소비자는 실망하겠지만, 카드사로서도 고객을 잃을 위험이 있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카드 혜택을 축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당국이 승인해주지 않으니 단종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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