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어떤 자유도 아동의 보육·교육 권리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정부청사·지자체 어린이집 원생들 집회·시위 소음에 시달려
대전시청사 앞에는 수개월간 욕설 섞인 확성기 시위 이어져
아동 언어·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집시법 개정 여론 높아
  • 등록 2022-12-13 오전 6:00:00

    수정 2022-12-13 오전 6:00:00

대전시청 직장 어린이집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대전시청사 앞에서 계속되고 있는 확성기 집회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을 걸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최근 정부청사와 지방자치단체 청사 내 직장 어린이집 원생들이 과도한 집회·시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아동에게 보장된 교육·보육의 권리 역시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어느정도 타협과 양보,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충남 홍성의 충남도청사 본관 앞에서는 충남지역 87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위기충남공동행동 관계자 600여명이 충남도의 인권·노동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시위 장소는 충남도청사 직장 어린이집 바로 인근에서 이뤄졌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의 규탄 발언과 문화공연 등으로 상당한 소음이 발생했고, 이 소리는 어린이집 안에서도 들렸다. 지난 5일에도 같은 단체가 어린이집 맞은편 충남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당시 소음이 크게 발생해 어린이집 측이 직접 시위단체에 항의하기도 했다.

대전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전의 신도시 개발과정에 불만을 품은 한 토지주가 올해 초부터 대전시청사 앞에 확성기를 설치, 욕설이 섞인 노래를 하루종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XX하고 자빠졌네”가 들어간 노래가 계속되자 대전시청 직장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원생들은 하원 후 집에서까지 흥얼거리며,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대전시청 어린이집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집에 오면 ‘엄마, XX하고 자빠졌네가 무슨 뜻이야’라고 물어본 뒤 이 욕설을 흥얼거리면서 엉덩이춤까지 춘다. 부모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아이까지 이런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대전시청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은 집회 주최측을 경찰에 고소했다. 대전시청어린이집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욕설시위 집회 주최 측을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16일 대전둔산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대전시청 직장 어린이집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확성기를 사용한 집회에 비속어를 반복 노출하면서 원생의 언어·정서 발달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매우 높고 어린이집 안까지 소리가 들려 원생들이 낮잠을 못자고 보육교사도 교육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집회가 잦은 정부세종청사와 정부대전청사 어린이집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어린이집 인근에서 확성기를 사용한 집회·시위가 합법이라는 점이다. 현행 집회·시위법에는 학습권 침해 우려가 있을 때 초·중·고 주변의 집회를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주변 시위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집회·시위법의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치권은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반면 전·현직 대통령을 위한 입법에는 여·야가 한뜻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집시법 개정안에는 대통령 집무공간과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정치권은 아이들의 올바른 교육과 보육을 위한 권리 보장은 외면한 채 전·현직 대통령을 위한 입법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정치권은 더이상 아동의 보육·교육의 권리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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