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강국은 옛말…K웹툰 눈치보는 日망가[김보겸의 일본in]

웹툰시장 규모 4.8조원…만화시장 두 배
주간지→단행본 출간 방식, 60년째 그대로
까다로운 읽기 방식도 만화 쇠퇴에 한 몫
민관 주도 ''쿨 재팬'' 전략 실효성도 의문
  • 등록 2022-12-11 오전 9:18:05

    수정 2022-12-11 오전 9:18:05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여전히 만화 하면 일본일까? 반사적으로 당연하지, 라고 외친다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님의 나이는 30세를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1959년 창간한 일본 만화잡지 ‘주간소년 매거진’의 영광을 기억하는 독자층 연령이 평균 30세를 넘어가고 있어서다. 소년들 보라고 만든 주간소년 소비층이 더 이상 소년이 아니게 된 셈이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서점에 ‘귀멸의 칼날’ 만화책이 놓인 모습.(사진=독자 제공)


망가(일본 만화)가 한국 웹툰에 가려지고 있다고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못 박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태원 클라스’나 ‘나 혼자만 레벨업’ 등 한국 웹툰이 일본 독자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일본 출판사들은 인쇄 기반의 만화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지난해 인쇄만화 시장 규모가 2.3% 줄어든 2조4814억원을 기록한 반면, 세계 웹툰시장 규모는 그 두 배인 약 4조8322억원 수준이다. 2030년에는 현재의 14배인 7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만화종주국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는 데에는 특유의 전통을 고집하는 태도도 한 몫 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주간지에 연재하는 만화가 인기를 끌면 단행본으로 나오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만화 산업의 메커니즘이 1960년대 이후로 60년째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신성불가침(sancrosanct)’으로 여겨지는 일본 만화 읽기 형식도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밑으로 시선을 내리면서도 같은 순서로 읽어야 한다. 꽤 번거로운 읽기 방식을 두고 만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와모토 케이타는 이코노미스트에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만화를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사람들은 일본인과 한국인, 그리고 전 세계의 괴짜들(geeks)이다.”

이와 달리 K웹툰은 스마트폰 에 최적화된 읽기 방식으로 쭉쭉 스크롤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어 빠르게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 이끌었던 ‘쿨 재팬’ 전략도 일본 만화의 해외수출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는 평가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쿨 재팬 전략은 조롱받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일본은 쿨하다’고 강요하는 게 전혀 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쿨 재팬 전략을 향한 의문은 최근에도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경제산업성은 ‘쿨 재팬 펀드’의 지난해 말 적자가 309억엔(약 2962억원)에 달해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쿨 재팬 펀드는 일본 문화의 해외 판매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3년 민관이 함께 설립한 펀드다. 일본 정부가 1066억엔, 민간기업이 107억엔을 출자했다.

이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2일 “애초에 오락 등 생활 관련 분야의 유행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주도해야 할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며 “‘쿨 코리아’ 전략이 통한 한국에서는 콘텐츠 투자는 기본적으로 민간에 맡긴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나마 최근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귀멸의 칼날’로 2021년 기록적 매출을 일으킨 출판사 슈에이샤가 만화종주국으로서의 흔들리는 자존심 붙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성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 못 한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만화책을 읽는 팬들이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서다. “만화가 결국 노인들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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