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검찰총장, 임기제의 진정한 의미 되새겨야

  • 등록 2022-03-30 오전 6:15:00

    수정 2022-03-30 오전 6:15:00

[김한규 전 서울변협회장]조국 전 장관,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 의혹,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 등으로 정권과 마찰을 빚다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직후인 지난 6월, 검찰 인사의 관심은 친정권 검사로 불리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직위 해제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여론은 들끓었지만 검찰 수장인 김오수 총장은 “법무부 장관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였고 그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냈다.

뭐가 다행이라는 걸까? 대체 무슨 의견을 개진했다는 것일까? 그때 이미 김 총장이 과연 검찰총장으로서 자격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당선인 핵심 인사인 권성동 의원이 지난 16일 대장동, 백현동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김 총장에 대한 거취를 거론해서 논란이 되었다. 이에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했다. 검찰총장 임기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 권력의 외압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검찰총장에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따라서 권 의원이 김 총장의 거취를 언급하는 것 자체는 원론적으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뒤흔드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

그런데 과연 김 총장이 그가 말한 데로 검찰총장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한 적이 있었나. 김 총장 취임 후 진행된 권력형 비위 수사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을 면하기 힘들다.

대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 간에 서로가 몸통이라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든 대장동 수사가 대표적이다. 성남FC 160억원 후원금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현직 지청 차장검사가 지청장이 수사를 무마한다며 갈등을 겪다가 사표를 제출했음에도 김 총장은 제대로 진상 파악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성윤을 기소했던 수사팀이 공소장 유출에 연루된 의혹을 받자 “대검 감찰부가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해 무고한 검사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이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자 김 총장에 대해 ‘허수아비’ 노릇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라는 제목으로 중앙일간지 사설이 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전임 총장이 당선되자 김 총장은 발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취소하면서 그간 윤 당선인의 공약을 반대해온 박범계 장관에 대해선 퇴짜를 놓았지만, 반면 김 총장은 윤 당선인의 코드에 맞추며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노선에서 선회했다. 특히 형사부의 직접 수사 확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만든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 변경도 담았다고 전해진다. 차관 시절 조국 전 장관을 보좌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조국 일가 수사에 윤석열 총장을 수사라인에서 배제하자고 언급했던 김 총장이었기에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서울동부지검이 오랜 기간 묵혀놓았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착수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압수 수색한 것도 김 총장 심증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권력에 맞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보다는 권력에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 총장이 과연 검찰총장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일까.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취지와 김 총장의 그간 행보가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김 총장 스스로 자문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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