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간 유지해 온 은발을 버리고 최근 공개 행사에서 `진회색`(다크 그레이)으로 염색한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행보를 보면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1993년 6월 17일 프랑크푸르트)을 떠올리게 한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탈바꿈을 선언한 이 후보는 연일 변화와 쇄신을 주문하고 있다. 당과 선거대책위원회 혁신 관련 전권을 위임 받은 이튿날인 지난 22일 이 후보는 “새로운 민주당의 첫 1일차”라며 “변화, 혁신, 개혁에 대한 열망을 담아서 새로운 민주당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틀 뒤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는 사죄의 큰절까지 했다. 차기 대선이 29일을 기점으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만큼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 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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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선대위 면면도 바뀌었다.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최측근인 김영진 의원을, 정무조정실장으로 `그림자 수행`한 강훈식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앉혔다. 후보 비서실장에는 오영훈 의원, 정무실장에는 윤건영 의원을 임명했다.
메시지에도 기류의 변화가 보인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 했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서도 “해명보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여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과거 자신의 조카가 사귀던 여성과 그 어머니까지 죽인 사건을 변호한 일도 반성했다. 22살 청년 간병인의 비극적 살인 사건을 두고서는 “가장 낮은 곳에서 호소하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등 현 정부에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한 사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에서 `이재명표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등 `추진력`, `개혁` 같은 자신의 강점과 `준비 안 된` 윤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와 대비시키는 방식이다. 지난 22일 `대선 후보 국가정책발표회` 연단에 오른 윤 후보가 프롬프터 오작동으로 1분 20초 동안 침묵하는 장면이 생방송된 뒤 그의 무능함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매 순간 드러나는 윤 후보의 준비 부족, 자질 부족에 국민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박 4일 간의 `매타 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호남 일정을 소화 중인 이 후보는 윤 후보와 역술인 천공 스님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을 거론한 뒤, “그냥 동전 던져서 운명에 맡기듯이 국가 정책을 결정하면 이거야말로 불안하고 나라를 망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며 윤 후보를 “무능·무식·무당의 3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