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 ‘휴남동 서점’ 10쇄 찍은 황보름 “가끔 쉬세요”

책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독자 요청에 종이책 출간 뒤 역주행 신화
"나한테 10년 주자" 결심 후 대기업 퇴사
자발적으로 읽고 싶은 이야기 쓰니
'따뜻하다' '위로가 됐다' 독자 공감
다음 작품은 `소설` 아닌 `에세이`
  • 등록 2022-05-25 오전 6:10:00

    수정 2022-05-25 오전 7:59:17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여기, 첫 소설 단 한 편으로 ‘10쇄’를 찍은 작가가 있다. ‘대형 출판사’, ‘기대작’, ‘등단 혹은 유명 작가’라는 흥행 공식 없이 오로지 ‘독자의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다.

올해 1월 출간한 장편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이하 ‘휴남동 서점’)를 쓴 작가 황보름이다. 2019년 브런치에서 먼저 연재했던 작품은 전자책 구독서비스 밀리의서재를 통해 공개된 후 독자들의 요청 쇄도에 다시 종이책으로 출간해 역주행 신화를 썼다.

장편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을 쓴 작가 황보름(사진=작가 제공).
황 작가는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브런치 북토크’에서 “2018년 소설을 쓸 때는 출간할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노트북에 쟁여놓고 혼자 읽기 뭐해서 이듬해 브런치에 연재했는데 사실상 아무런 독자 반응이 없었다. 댓글을 쓴 사람도 2~3명뿐이었고, 그 중 1명은 내 지인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본격적으로 독자 반응이 보인 건 전자책 출간 이후였다. “당연히 상상도 못했었죠. 지난해 브런치북 출판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돼 전자책으로 나온 뒤 반응이 왔어요. 소설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을 0%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놀랐었죠.”

전자책 누리꾼 평점은 10점 만점에 10점, 리뷰도 매일 빼곡히 올라왔다. 독자를 홀린 이 소설의 힘은 뭘까. 황 작가는 “‘따뜻하다’, ‘위로가 된다’는 독자 평이 많았다”면서 “나와 비슷한 보통 인물이 등장하고, 대부분 갖고 있는 지금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제보다 가뿐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응원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내가 나에게 주지 못했던 응원 같은 게 아닐까”라고 했다. ‘동네’, ‘서점’이라는 소소한 소재를 다루는 따뜻한 공감의 시선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휴남동 서점’은 가정집들 사이에 평범한 동네 서점이 들어서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그린 소설이다. 서점 주인인 영주는 처음에는 아무런 의욕도 없이 가만히 앉아 책만 읽지만,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서점으로 모여들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 표지(사진=클레이하우스).
황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그러니까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느라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나의 어깨를 따뜻이 안아주는 이야기를”이라고 썼다.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책과 닮아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황 작가는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서른 살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7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나한테 10년을 주자’며 조급하지 않기로 결심했단다.

“입사하자마자 ‘아,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했어요. 하하. 일이 즐겁거나, 혹은 일을 잘해내고 싶다거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면 버틸 수 있었을 텐데 전혀 그렇지 못했어요. 꼬박 7년을 고민한 거예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찾아지는 게 아니니까 ‘10년 동안 원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평생하자’는 막연한 생각을 했죠.”

30대 초중반이 돼서야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황 작가는 방에 틀어박혀 글쓰기 훈련에 돌입했다. 매일 할 수 있는 만큼 책을 읽고 습작했다. 그는 “혼자 무명작가로, 백수로 7~8년을 살았는데 내가 원하는 글을 쓰는 나를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내 자발성만 온전히 있는 하루를 보냈다”고 회고했다.

첫 소설 출간 4개월만에 10쇄를 찍은 황 작가지만, 정작 자신은 소설가가 아닌 에세이스트라고 말한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에세이스트를 꿈꿨죠. ‘소설을 또 써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예요. 작법도 모르고 썼는데 ‘소설을 또 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의구심, 호기심도 있습니다.”

황 작가는 다시 IT회사로 출근하며, 다음 책으로 에세이를 준비 중이다. 그는 “출판사와 선 계약하고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주제나 기획,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웃었다.

독자들에게는 “이 사회가, 주변이 말하는 길로 가는 게 정말 잘 사는 길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봐도 된다”면서 “가끔 한번 쉬라”고 짧게 진심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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