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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정치인만을 위한 '검수완박'

  • 등록 2022-04-27 오전 6:15:00

    수정 2022-04-27 오전 6:15:00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얼마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선봉을 자처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언론에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며 “결과적으로 국가 수사 총량이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해서, 즉‘증발’시켜 정치인들은 수사대상에서 제외되고 싶은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다.

정치인은 여야 막론하고 검찰을 불편해한다. 21대 국회의원 중에도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받는 정치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뿐만 아니라, 유죄판결을 받거나 구속된 의원도 여럿이다.

그런데 최근 검수완박 입법 논의를 보면 정치인이 검찰 수사에서 해방되기 직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수완박 법안이나 국민의힘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모두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검찰개혁의 취지에는 모두 찬성할 것이다. 그동안 검찰의 과오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권력형 비위 수사에는 주춤했고, 정권의 하명 수사에 급급하기도 했으며, 내부 비위를 은폐한 적도 적지 않다. 그래서 수사권조정이나 공수처 도입에 대해 찬성여론이 우세했다. 1년여전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립이 가능했던 건 그래도 이 같은 우호적인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 6대 범죄로 한정하고,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인정한 수사권조정이 실행된 지 불과 1년 만에 검찰의 수사 권한을 아예 박탈하고 경찰에게 넘기려고 한다. 수사 현장에서 수사권조정이 안착도 되기 전에,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형사 시스템 변경을 또다시 변경할 이유나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형식적으로라도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적은 있나.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검수완박’입법을 강행할 생각이었다면 패스트트랙을 동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수사권조정 법안을 통과시킬 때 한꺼번에 진행했어야지 대선에서 패배한 다음에 이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대체 뭔가. 아무리 국회의 입법권이 존중받아야 된다고 해도 국회의원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안을 국회의원 스스로 만드는 것은 이해충돌 아닌가.

일선 경찰서에서는 2021년부터 시작된 수사권조정으로 인해 업무가 급증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경찰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검사는 경찰에게 보완 수사 요구만 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더해 검찰의 수사 권한을 경찰에게 넘기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자연히 일반 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기소 후에나 언급되는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이라는 기이한 용어를 만들어 이를 벗어나는 검찰 수사를 금지시켰다. 앞으로 검사는 공범을 발견해도, 여죄를 발견해도 눈을 감아야 한다. 그리고 전면적인 수사 권한을 가지게 된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방안도 전혀 없다.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통제 권한을 대부분 박탈하고, 검사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 자판기 노릇만 하라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뇌물을 받으면 처벌하고, 직권 남용한 공직자를 처벌하고, 입시 서류를 위조하여 입시에 활용하면 처벌하고, 계곡에서 수영 못하는 남편을 물에 빠져 죽게 만든 배우자를 처벌하는 세상이 잘못된 것인가. 범죄의 99%는 경찰이 수사하되, 검찰은 경찰 수사를 통제하면서 잘하는 1%에 해당하는 수사를 하고, 공수처가 검찰을 적절히 견제하면 될 일이다. 한국형 FBI를 설치하더라도 충분히 수사역량을 갖출 때까지 검찰 수사권을 존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수완박’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인과 범죄자에게만 도움이 될 뿐, 국민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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