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여야 막론하고 검찰을 불편해한다. 21대 국회의원 중에도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받는 정치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뿐만 아니라, 유죄판결을 받거나 구속된 의원도 여럿이다.
그런데 최근 검수완박 입법 논의를 보면 정치인이 검찰 수사에서 해방되기 직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수완박 법안이나 국민의힘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 모두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 6대 범죄로 한정하고,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인정한 수사권조정이 실행된 지 불과 1년 만에 검찰의 수사 권한을 아예 박탈하고 경찰에게 넘기려고 한다. 수사 현장에서 수사권조정이 안착도 되기 전에,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형사 시스템 변경을 또다시 변경할 이유나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형식적으로라도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적은 있나.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검수완박’입법을 강행할 생각이었다면 패스트트랙을 동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수사권조정 법안을 통과시킬 때 한꺼번에 진행했어야지 대선에서 패배한 다음에 이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대체 뭔가. 아무리 국회의 입법권이 존중받아야 된다고 해도 국회의원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안을 국회의원 스스로 만드는 것은 이해충돌 아닌가.
전직 대통령이라도 뇌물을 받으면 처벌하고, 직권 남용한 공직자를 처벌하고, 입시 서류를 위조하여 입시에 활용하면 처벌하고, 계곡에서 수영 못하는 남편을 물에 빠져 죽게 만든 배우자를 처벌하는 세상이 잘못된 것인가. 범죄의 99%는 경찰이 수사하되, 검찰은 경찰 수사를 통제하면서 잘하는 1%에 해당하는 수사를 하고, 공수처가 검찰을 적절히 견제하면 될 일이다. 한국형 FBI를 설치하더라도 충분히 수사역량을 갖출 때까지 검찰 수사권을 존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수완박’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인과 범죄자에게만 도움이 될 뿐, 국민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