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투기'라는 이름의 마약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의 저자
  • 등록 2023-05-23 오전 6:15:00

    수정 2023-05-23 오전 6:15: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투자는 생산 활동에 참여해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 내거나 그런 기업과 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가 높아져 가격이 상승하거나 현재가치가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해 미래의 가격이 현재가격보다 오르기를 기다리려면 인내심이 요구된다. 반면 투기(speculation)는 대상 자산의 내재가치 변동이 아닌 시장심리 급변에 따른 가격변동 틈새를 노려 순간순간 매매차익을 거두려는 수법으로 자칫 조급증에 빠지기 쉽다. 가족의 보금자리 전세자금까지 빼내 코인에 베팅한 강심장이라 해도 앉으나 서나 조마조마하며 ‘코인 시장’을 흘깃거리기 마련이다.

(정석)투자는 기업이익이 증가하면 당해 기업 지분에 투자한 투자자의 이익도 증가하므로 플러스섬(plus sum) 게임이 된다. 투기는 가치가 아닌 시장심리 변화에 따른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수법으로 누군가의 이익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손실로 귀결되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이다. 도박은 높은 도박장 개설비용을 떼고 나면 마이너스섬 게임(minus sum)이 된다. 대중심리에 휩쓸리는 뇌동매매는 가치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 처음에는 조심스레 가치투자를 하다가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장분위기에 휩쓸려 시세차액을 노리는 투기로 변질돼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투자자산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 변동에 따른 자본이익을 기대하는 투자와 시장심리 변화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구분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특히 사용가치, 희소가치 같은 가치 기준이 없어 롤러코스터 급등락이 심한 가상화폐 거래는 적정가격을 측정할 수 없으니 투기라기보다 도박에 가깝다. 물론 거짓 정보를 퍼트리고 거래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을 수 있다면 순식간에 떼돈을 벌 수 있다. 문제는 처음 손대는 투기나 도박에서 뜻밖의 큰돈을 거머쥐다 보면 벗어나기 어려운 ‘마약효과’로 말미암아 손을 떼지 못하다가 끝내 패가망신이 기다린다는 점이다. 가치를 무시하고 가격의 변화만을 쫓는데서 얻는 비정상 이익을 어찌 오래 누릴 수 있겠는가.

급등락이 심한 시장에서 투기꾼들이 얻는 이익은 정보 수집·분석 능력에서 뒤지는 이들이 덩달아 따라 나섰다가 입는 손실의 대가가 되기 십상이다. 투자는 보유자산의 가치가 높아지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투기는 남의 손실을 나의 이익으로 바꿔치기 해야 한다. 마이너스섬 게임에서는 누군가의 초과이익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초과손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투기판을 관찰하다 보면 성공하는 투기꾼과 실패하는 노름꾼의 구별 없이 나중에는 대부분 다 고꾸라진다. 돈 줄이 든든하고 정보망을 거머쥔 검은 세력도 부당이득을 끝까지 거머쥐지 못한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시세에 평정심을 잃다가는 일의 능률도 저하되고 투자판단도 그르쳐 이것저것 다 놓치기 쉽다. 예컨대, 20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하는데, 시세가 급변동해 보유 종목이 상한가, 하한가를 연달아 치다보면 단숨에 1200만원을 잃거나 벌 수 있다. 국회의원 월급에 가까운 돈이 순간에 왔다 갔다 하는데 조바심을 내지 않을 바보나 장사가 없다. 하물며 가치가 없어 적정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코인거래는 가격이 천정으로 바닥으로 오르락내리락거리니 사고 팔 때마다 화장실에 앉아서도 점괘를 봐야 한다.

투기거래를 하면 순간순간 가격변동에 대응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피곤한 인생이 되기 쉽다. 성공하는 조직, 기업이 되려면 투기거래 하는 인사들은 주요보직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투기거래는 본업도 망치고 부업도 망치고 조직도 결국 피해를 입게 마련이다. 크고 작은 금전사고의 뒤에는 대부분 투기나 도박과 뇌물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특히 공직자들은 투기거래에서 벗어나야 미래를 향한 장기안목은 차치하고라도 나라에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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