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의 억지? 검찰의 보복? [검찰 왜그래]

형집행정지 연속불허 논란…책임 어느쪽에?
공정성·투명성 논란 불식할 개선안 마련해야
  • 등록 2023-04-29 오전 10:10:10

    수정 2023-04-29 오전 10:10:10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검찰이 거듭 불허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여론의 시선이 차갑습니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휠체어를 타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딸 입시비리로 복역 중인 정 전 교수는 지난해 수술·재활치료를 이유로 여러 번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형집행정지는 수용자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형 집행을 일시중단하고 외부에서 치료받게 하는 제도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정 전 교수의 형집행정지를 1차례 허가했지만 그외 3차례 신청은 모두 불허했습니다.

정 전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은 검찰이 조 전 장관 내외에 악감정을 품고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의심합니다. 반면 반대 측은 정 전 교수가 형집행정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억지를 부린다고 의심합니다.

형집행정지 최종결정권자인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019년 ‘조국 수사’를 총괄하다가 지방 한직으로 좌천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첫 고위급 인사에서 검찰 내 최고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습니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재직 당시 검찰의 권한을 축소·분산하는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검찰이 조 전 장관 내외에 원한을 품고 형집행정지를 불허한단 뒷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같은 기간에 이명박 전 대통령, 최서원 씨 등은 형집행정지가 여러 차례 인정된 점도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합니다.

정경심 前교수 큰일나면 검찰 책임…그럴 이유 있을까

하지만 신청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는 의사·교수·법조인 등 여러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악감정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입니다. 관할 지검장이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긴 하지만, 스스로 의학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위원회의 권고를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정 전 교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관련자들은 여론의 상당한 비난을 받으며 줄줄이 퇴진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애초에 이러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정 전 교수에게 보복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게 검찰 출신 변호사의 반문입니다.

검찰이 형집행정지 기준을 엄격하게 따지는 이유는 과거에 특권계층이 이 제도를 악용해 수감시설 담장을 멋대로 넘나든 전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2013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중견기업 회장 부인이 이 제도로 4년 동안 병원 특실에서 생활한 이른바 ‘사모님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봤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또 다른 일각에선 형집행정지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탓에 실제로 치료·수술이 시급한 수용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발한다고 지적합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교정시설에서 사망한 재소자는 181명이며 이 중 138명(76.2%)은 형집행정지 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교정시설의 낙후된 의료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를테면 ‘의료교도소’를 설립해 건강이 악화된 수용자들이 번거로운 형집행정지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당시 “교정 현장의 인적·물적 열악함이 수용자 인권침해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낙후된 교정시설·시스템 전반의 개선을 약속한 적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용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정 전 교수 사례와 비슷한 소모적인 논란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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