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된장녀 결국 루저대란을 일으키다

  • 등록 2009-11-20 오전 11:42:32

    수정 2009-11-20 오전 11:42:32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루저'라는 단어가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무례한 표현을 사용한 건 흔히 지성인으로 분류되는 여대생.
 

'미녀들의 수다'에 게스트로 나와 키가 작으면 루저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폈는데, 제작진 교체라는 특단이 내려졌음에도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르는 등 일명 '루저대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순전히 게스트의 아이디어인지, 제작진이 준 대본인지 진실이 가려지지 않았지만, 대본이 있었더라도 게스트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해 책임이 있으며, 대본이 아니었더라도 편집하지 않고 방송을 낸 제작진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실 루저라는 말을 꺼낸 한 사람은 비슷한 수준의 대화를 나눈 여러 명의 여대생들을 대신해 온갖 비난을 떠안게 되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날 방송엔 키에 대한 언급은 물론 조건을 보고 결혼을 하겠다든지, 남성들이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든지 하는 뻔뻔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작진은 소위 '된장녀'의 실상을 담아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헛소리로 흘려버려도 될 잡담인데도 많은 시청자들이 발끈하게 된 이유는 구체적인 기준을 들어 다수의 보통 남성들을 패배자로 분류해버렸기 때문.

키가 180cm에 못 미치는 남성은 루저다라... 토익점수에서부터 신체사이즈까지 완벽한 수치에 집착하는 스펙의 시대답다.

불황과 취업난, 각종 스트레스에 의해 자신감이 없어지면 오히려 스스로에게 막장, 잉여, 싼티 같은 말을 붙여가며 자조적인 표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 규정지어질 때는 다르다. 그땐 욕이 된다.

더구나 루저라는 건, 패배했다는 건, 게임이 끝나기 전까진 모르는 것인데, 키로 승부를 짓다니, 관심을 얻고 싶은 욕심이 화를 불렀다. 부족한 생각에서 나온 말이니 넘어가자. 해당 스펙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 없다. 깔창 넣고 세로줄무늬 옷 입으면서 애쓸 필요도 없다.

세상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는 기분이 든다 해도 루저가 아닌, 아웃사이더 또는 마이너이다. 비주류 편에 서서 다른 시선으로 사회를 관찰하는 아웃사이더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마이너는 이와는 달리 메이저에 비해 뒤쳐져있는 언더독의 의미이지만 이 또한 패배자는 아니다. 조커를 얻지 못했고 시드배정을 받지 못했을 뿐 충분히 역전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쯤엔 개그콘서트의 '남보원'에서 이번 루저대란을 다루지 않을까.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줄임말 남보원은 레이디퍼스트라는 오래된 관습에 억눌려 양보를 강요받아야했던 남성들을 대변해 웃음을 통해서나마 억울함을 표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모든 한국 여성들이 남보원이 맞서 싸우고자 하는 여성들과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여성들이 적지 않은 건 사실. 된장남보다 왜 된장녀가 악명이 높은지 생각해보아야한다. 된장남은 손가락질 받는다는 것만큼은 알고 감수하지만 된장녀는 이조차 인식 못하고 당연시한다는 것이 문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군 가산점제와 여성 지원병제의 도입에도 루저대란의 영향이 미칠지 모르겠다. 어쨌든 여성들은 남녀평등을 외치다가도 불리하면 레이디퍼스트를 찾는 이중적인 태도는 버릴 때가 되었다.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대표 및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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