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항공좌석 대란..`한달전에도 못 사`

제주행 좌석난, 예년보다 악화
수학여행 재개로 수요 급증
저가항공사, 국제선 취항으로 공급 줄여
  • 등록 2010-03-25 오전 11:36:32

    수정 2010-03-25 오후 5:06:43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한 경제단체는 4월초에 춘계 세미나를 제주도에서 열려고 계획했지만 급하게 장소를 변경했다. 한 달 전부터 단체 좌석을 예매하려고 항공사와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대기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결국 이 단체는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중국 칭다오로 장소를 바꿨다.

만성적인 좌석난을 겪었던 제주도지만,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여행사들은 한 달전부터 예매를 서둘러도 제주행 항공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오는 4월 예약률은 80%대에 달해, 전통적인 성수기인 4~5월을 앞두고 표 구하기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신종 인플루엔자로 연기됐던 수학여행이 재개되고, 제주 노선 숨통을 틔워줬던 저가항공사들이 국제선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제주행 항공좌석 대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예년보다 더한 좌석난..`속타는 제주도` 

▲ 지난 2007년부터 지난 2월까지 제주행 여행객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지난 2009년 말부터 두드러진 증가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출처: 한국공항공사)

1년 사이에 제주 여행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작년에는 1주일 전에도 무난하게 제주행 항공권을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한 달 전에도 항공권을 사는 게 쉽지 않다.

하나투어는 "올해 좌석난이 예년보다 더 심각하다"며 "작년 1분기보다 올해 1분기 제주도 여행객수가 36% 증가해, 주말이나 연휴에 항공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경은 수요와 공급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엔 신종 플루가 확산돼 여행 수요는 줄었던 반면에 제주 노선 항공편 공급은 늘었다. 해외여행 기피로 항공사들이 국제선에 투입했던 항공기를 제주 노선으로 돌렸고, 저가항공사들이 본격적으로 국내선 영업을 시작하면서 좌석난이 사라졌다.

그러나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면서, 좌석난이 예년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수요는 예년보다 더 늘어난 반면에 공급은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작년에 연기했던 수학여행이 재개되고, 올레길 여행수요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연초 여행객수는 작년보다 약 20% 정도 늘어났다.

반면에 항공사들은 해외여행 수요 회복으로 제주 노선에 투입했던 항공기를 외국으로 돌리고 있다. 작년에 적자를 낸 저가항공사들도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에 진출해, 제주 노선 중심의 영업에서 탈피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앞으로 항공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최근 항공사와 국토해양부에 공급을 늘려줄 것을 건의했다.

◇항공업계 "제주行은 손해나는 장사"

▲ 제주도 항공 공급석과 승객수 추이. 공급석은 오히려 해가 갈수록 줄어든 반면에 승객수는 증가하고 있다. (출처: 제주발전연구원)

현재로선 항공사들이 공급을 늘려주는 것 이외에 좌석난을 해결할 대안이 없다. 그러나 제주 노선 수익성이 떨어지는 까닭에 항공사들은 좌석난을 외면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는 "항공사들이 이번 하계 스케줄 공급석이 작년 하계 스케줄보다 증가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계 스케줄과 비교하면 감소했다"며 "공급난이 심각해 항공 대란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국제선 취항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저가항공사들은 제주 노선 공급석을 확대할 여력이 없는 상황. 제주도에 기반을 둔 지역항공사인 제주항공도 이번 하계 스케줄에서 김포~제주 노선 하루 평균 공급석을 기존(동계 스케줄) 6096석에서 5054석으로 줄였다.

그러나 작년에 적자를 내, 만회가 필요한 항공사들 입장에선 제주 노선보다 국제선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당연하단 입장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 노선은 반쪽짜리 장사"라며 "금요일에 만석으로 제주도에 내려가도 올라올 때는 텅 비어서 올라오기 때문에 왕복 탑승률을 따지면 50%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일부 도시들은 제주도와 거리상 별 차이가 없지만 항공 운임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고, 왕복 탑승률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서 손해나는 장사를 할 이유가 없단 설명이다.

◇만성적 좌석난 해결책 없나

▲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그룹이 손잡고 만든 저가항공사 제주항공. 애경그룹이 지분 75%를, 제주도가 6%를 각각 투자했다.
지난 1950년대부터 하늘길을 연 제주도는 1980년대부터 항공을 육지와 교통하는 주요 수단으로 삼아왔다. 제주도를 이용하는 여행객의 90% 이상이 항공편을 이용한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였던 작년에도 김포~제주 노선 월별 탑승률은 12월만 제외하고 모두 70%를 웃돌 정도로 제주도는 만성적인 항공 좌석난을 겪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탑승률 60%를 넘으면 손익분기점으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은 높은 수준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의 한 연구에선 탑승률 85%를 넘을 경우 좌석난으로 봤는데, 작년 김포~제주 노선은 성수기인 4월, 5월, 8월에 평균 탑승률 85.8%를 기록해 평소보다 더 극심한 좌석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좌석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애경그룹과 손잡고 저가항공사 제주항공을 설립해, 좌석 공급을 늘리고 운임 인하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취항 초기 투자비로 적자를 내고 있는 제주항공이 제주 노선 공급을 줄이고 국제선에 항공기를 투입하는 것을 막긴 힘든 실정이다.

제주도는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장기 프로젝트라 빠른 시일 안에 좌석난을 해결하긴 힘든 상황이다.

지난 2007년부터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 제주도로 오는 수학여행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지만, 이도 미봉책 수준이다.

정승훈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제주 지역 항공교통은 대중교통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공성이 인정되므로 제주도 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항공 좌석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사익을 추구하는 항공사가 유인책 없이 자발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기 힘들다"며 "세금 감면과 비용 보전으로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외국항공사 취항을 개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