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원짜리가 380만원 명품으로" 아르마니 이어 LVMH도 노동 착취?

밀라노 검찰, 공급망 조사 착수
LVMH 소유 디올 핸드백 제조사, 불법 근무 드러나
장시간 근무에 주말·휴일도 無…정식 고용 관계도 아냐
380만원대 디올 핸드백, 소규모 업체 단가 7만8000원
소규모 업체 추가 조사 진행 예정
  • 등록 2024-06-12 오전 11:10:51

    수정 2024-06-12 오후 12:11:39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중국인 노동자 착취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탈리아 사법 당국이 12개 패션 브랜드의 공급망을 조사하고 나섰다. 이번 조사에는 루이비통과 디올 등을 소유한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공급 업체도 포함돼 있다. 물류, 운송 산업 중심이었던 불법고용, 탈세에 대한 수사 범위가 패션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아르마니 명품백이 만들어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인근의 중국 공장의 주방 시설(사진=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밀라노 검찰이 약 12개 패션 브랜드의 공급망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LVMH의 한 부서가 이탈리아에서 노동자 착취 혐의로 법원 조사를 받은 뒤 내려진 조치다.

법원은 이날 LVMH 소유의 디올 핸드백 제조업체를 관리할 위원을 임명했다. 밀라노 인근 4개 공급업체에 대한 조사에서 직원들의 불법 근무가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전기 사용량 확인 등 현장 조사를 통해 이 공장의 직원들이 장시간 근무할 뿐만 아니라 야간과 휴일에도 작업에 투입했던 점을 밝혀냈다. 일부 직원은 근무지에서 잠을 자고, 회사와 정식 고용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직원 중 2명은 불법 이민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LVMH는 법원이 관리인 임명을 결정한 데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밀라노 검찰과 이탈리아 경찰은 다른 브랜드에 공급하는 소규모 업체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디올 핸드백 제조업체에 특별 감독관을 임명한 것은 패션 브랜드의 자회사가 운영을 계속하면서 공급망의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로이터가 입수한 법원 판결 사본에 따르면 LVMH와 아르마니의 공급업체들이 노동 착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명품 기업 공급 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불법 고용, 노동 착취 문제가 기존 물류, 운송, 청소 서비스 분야에서 패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밀라노 검찰은 지난 10년간 노동자를 불법으로 고용하고, 세금과 복지·연금 납입금을 회피하며 서비스 비용을 낮춘 혐의를 받는 채용 업체를 수사해왔다.

이탈리아는 전 세계 명품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컨설팅업체 베인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수천 개의 소규모 제조업체가 ‘메이드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라벨을 붙여 대형 브랜드에 공급하는 명품이 전체의 50~5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밀라노의 조사에 따르면 한 소규모 제조업체는 핸드백 하나를 만드는 데 53유로(7만8300원)의 비용을 디올에 청구하고, 디올은 매장에서 이 제품을 2600유로(384만3000원)에 판매했다.

앞서 이탈리아 사법 당국은 지난 4월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룹이 공급업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 회사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당시 아르마니 그룹은 “공급망에서 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왔다”고 해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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