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유예, 美 언론에 먼저 말한 文 "국내 언론은 질문 안해서…"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통해 당시 상황 설명
美와 협의도 없이 NBC 인터뷰서 훈련 유예 제안
"먼저 인터뷰 한 우리 언론은 훈련 관련 질문 안해"
2주일 지나 트럼프 통화 후 훈련 유예 공식 발표
  • 등록 2024-05-21 오전 11:03:51

    수정 2024-05-21 오전 11:09:5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의 전 미 언론에 먼저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언론 ‘패싱’ 논란에 대해선 “국내 언론이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와교안보편’을 통해 “미국과 사전에 합의된 것이 아니어서 미국의 반응이나 국내 여론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2017년 12월 19일 KTX 경강선(서울~강릉 노선) 시승 열차 안에서 미 NBC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평창올림픽 기간에 안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미 양국 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은 보통 2월 말~3월 초 시작하는데, 이를 올림픽이 끝나는 4월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미측에 제안하겠다는 얘기였다.

2017년 12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KTX 경강선(서울∼강릉) 구간을 시승하면서 대통령 고속 전용열차 내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미국 주관 방송사인 N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이와 관련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나는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연기를)수용할 것이란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고 했다. “동맹 간에 협의할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 땅에서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우리 판단이 우선하는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훈련을 유예하자는데, 동맹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북한과의 대화 프로세스를 주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워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낭비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한미연합훈련 유예는 받아들일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유예 발표를 국내 언론이 아닌 외신에 먼저 말한데 대해 “(KTX로 강릉에)가는 길에 국내 언론과 먼저 인터뷰하고, 돌아오면서 미국 NBC와 인터뷰를 한 것”이라며 “먼저 인터뷰 한 국내 언론이 질문했으면 같은 답변을 했을텐데 질문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국내 언론에 말하지 못했던 것이고, 돌아올 때 NBC가 질문을 했기 때문에 답변을 한 것이라는 얘기다.

문 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유예 제안을 미 언론에 먼저 얘기해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해 2주 정도 이후인 2018년 1월 4일 공식 발표했다. 당시 공식 발표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도발하지 않을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할 뜻을 (트럼프 대통령이)밝혀주시면 평창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께서 저를 대신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될 것 같다”며 “올림픽 기간에 군사 훈련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셔도 된다”고 답했다.

이같은 양국간 합의로 당시 상반기 연합훈련은 4월 1일로 연기돼 실시됐다. 이후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은 열리지 않거나 축소·조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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