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노동계 반발 속 정치권 "유예"로 타협 모색

기업 45.5% "연장돼도 정규직 전환 어려워"
민노총 "법 시행 유예시 총파업"
  • 등록 2009-06-30 오후 3:04:53

    수정 2009-06-30 오후 3:04:53

[이데일리 이숙현기자]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태어난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안을 두고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이 뒤엉킨 형국이다. 비정규직법은 개정 당초부터 `2년 사용 후 정규직 전환`보다는 `2년 사용 후 해고`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법이었다.

한나라당은 "연장하지 않으면 대량 실업사태를 몰고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예정대로 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조금 물러나 노동계의 동의를 전제로 6개월 법시행 유예라는 `준비기간`을 주자는 입장이다.

물론 노동계는 경제위기를 핑계로 또다시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당장 민주노총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 강행하려는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는 "해고 자유기간"에 불과하다며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번 잘못 만들어진 법이 이후 얼마나 많은 사회적 혼란과 비용 낭비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 비정규직법 태생적 한계

7월1일부터 적용되는 비정규직법 보호법은 2년 전 만들어질 때부터 비정규직의 해고를 예고하고 있었다. 꼭 필요할 때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유제한`이 배제된 채 `기간제한`만 포함된 현행 비정규직법은 기간이 2년이든 4년이든 만기가 되면 비정규직을 해고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이날 "사용사유 제한을 담은 법 개정 등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며 "논의되고 있는 정규직 전환지원금 확충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권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당장 기업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비정규직법의 유예가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기업 244개사를 대상으로 `비정규직법 개정방향에 대한 업계의견`을 조사한 결과 약 절반에 해당하는 45.5%가 "사용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정규직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지난 7일 발표됐다. 

절반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업은 29.9%, 나머지 14.8%는 아직 정규직 전환규모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물론 사용기간을 연장할 경우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82.8%의 기업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할 경우 사용기간 2년이 만료되는 비정규직을 해고하지 않고 계속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55.3%의 기업은 비정규직을 전원 또는 절반 이상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이같은 결과는 "해고를 막기 위해 사용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한나라당과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논리다.

◇ 한나라 `2년 유예` vs 민주당 `반년 준비시간`

법 시행이 24시간도 안남은 상태에서 정치권과 노동계는 끝이 안보이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야 3당과 양대 노총이 참여한 `5인 연석회의`가 29일 끝내 결렬된 후 자유선진당은 절충안을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던져놓은 상태다.

선진당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비정규직법 즉시 시행 ▲200~300인 사업장의 경우 1년 유예 ▲5~200인 사업장은 1년 유예를 원칙으로 하되 `기업의 사정이 있을 경우` 심사를 통해 6개월을 추가적으로 유예하는 안을 제시했다.

앞서 29일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2년 유예안을, 민주당은 노동계의 동의를 전제로 6개월 `준비기간`을 주자는 입장으로 맞섰다.

노동계를 일단 제외하고 여야 3당이 30일 현재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기싸움도 한창이다.

법안 상정에 열쇠를 쥐고 있는 추미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면담은 결국 설전으로 끝나고 말았다. 추 위원장은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하고, 정규직 전환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하면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지금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고용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있다"며 "법 개정이 안 되면 내일부터 해고되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된다"고 맞섰다.

한편, "7월 이후 100만 실업대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올 7월에 사용기간 2년을 초과하는 사람이 매달 최대 4만 명으로 추정된다"며 "1년 동안 5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이 `정규직 전환 아니면 해고`라는 이분법적인 선택만을 강요해서 당장 해고를 해야 하는 것처럼 한나라당이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2년 만기가 된 노동자의 경우 기업이 해고하려면 그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대야 하고 정규직 전환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무기한 계약직 등의 형식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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