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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도 보상도 어렵다”…루나 수사 딜레마

경찰청, 국민의힘에 ‘수사한계’ 보고
가상자산법 미비로 다단계 적용 어려워
사기죄 적용 ‘실질적 피해’ 감별도 난항
그렇다고 고강도 수사하면 산업 후유증
멈출 순 없고 신속 수사 묘책 없는 딜레마
  • 등록 2022-05-25 오후 12:09:01

    수정 2022-05-25 오후 9:19:51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경찰청이 루나 사태에 대한 처벌과 보상 모두 어렵다는 의견을 여당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단계 범죄를 적용하기 위한 코인 관련 처벌법이 미비한 데다, 실질적인 사기 피해를 입증하는 것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당정이 칼을 빼들었지만 혐의 입증이 어려워 신속한 수사는 힘든데, 투자 피해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테라 홈페이지)


25일 경찰청이 국민의힘에 보고한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 수사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대응한계’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이 보고됐다. 경찰청은 “문제는 테라·루나 사건처럼 ‘가상자산을 조달받고 가상자산의 개수를 보장하며 고수익을 약속’하는 경우, 해당 행위가 유사수신행위법상 금지되는 행위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유사수신행위는 은행법, 저축은행법 등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다. 그런데 다단계 범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로부터 ‘금전’을 받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상자산법이 없는 현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금전’으로 보는 게 불명확하다는 게 경찰청 입장이다.

사기죄를 적용해 온전한 피해 보상을 받는 것도 힘들 전망이다. 우선 피해자 진술 취합부터 진행된다. 이를 통해 투자자를 속였다는 기망행위 여부를 가리게 된다. 투기적 투자자와 실질적 피해자를 구별하는 과정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투기성 투자자를 제외하고 실질적 피해를 감별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경찰청은 고의로 속여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고, 관련된 피해금이 분명히 신고돼야 환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국민의힘에 “사기죄만을 적용해 수사 시 개별 피해자들의 진술이 필요하고, 피해 진술이 없는 범죄수익금은 사실상 환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 현재는 피해 입증과 관련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귀국 날짜조차 불투명하다.

이대로 가면 요란하게 변죽만 울리다 제대로 된 처벌, 피해 보상도 없이 끝날 우려가 크다. 가상자산 범죄 피해가 커지는데 당정이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가상자산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2018년 388명에서 2021년 8891명으로 3년 새 23배나 늘어났다. 피해액은 같은 기간에 1693억원에서 3조1282억원으로 18배 불어났다.

무작정 장기간 수사를 하는 것도 여당으로선 부담이다. 수사가 길어질수록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타격이 심해질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위원장을 맡은 윤창현 의원은 “코인은 글로벌 거래가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굉장히 강한 규제를 해서 모든 투자자를 밖으로 내쫓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글로벌·탈중앙이라는 가상자산 특성을 무시한 채 규제·수사 만능주의로 가선 안 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률적 근거 마련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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