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쌍용자동차(003620) 노동조합이 최대 2년 무급휴직을 골자로 한 사측의 자구안을 최종 가결함에 따라 기업회생절차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쌍용차는 자구안에 따라 줄어든 고정비를 바탕으로 한 전기차 개발의 미래계획에도 속도가 붙는 등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8일 쌍용차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이뤄진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계획’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참여조합원 3224명(참여율 98.5%) 중 52.1%(1681명) 찬성으로 최종 가결했다. 앞서 사측은 △노사 상생협약 △비용절감 및 유동성 확보 △생산대응 및 인력운영 △자본구조 견실화 △친환경/미래차 시대 대비 등 내용이 담긴 ‘쌍용차 회생을 위한 자구 계획’을 내놨다.
급한 불 끈 쌍용차‥미래계획 확보로 M&A 속도 내나
무엇보다 직원들의 무급휴직을 바탕으로 고정비가 줄면서 미래계획 마련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먼저 쌍용차는 새로운 라인업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100과 소형 SUV의 시대를 연 티볼리의 완전 변경 모델 X200 등을 내년에 출시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전동화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선진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쌍용차만의 전용 전기차를 최소 6대를 만들 예정이다.
쌍용차는 이날 통과된 자구안을 즉각 법원에 제출하는 등 회생계획안 인가 전 M&A를 통한 회생절차 조기 졸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전날 법원은 한영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세종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매각주간사 선정 건에 대해 인가했다.이외에도 이날 자구안 통과로 원활한 매각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인수 희망자는 에디슨모터스와 케이팝모터스와 아직 인수를 포기하지 않은 HAAH오토모티브 등이 있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유통망을 갖고 있는 HAAH를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보고 있다. 쌍용차는 오는 9일 매각주간사와의 만남을 통해 매각절차에 첫발을 내디디고, 6월 말께 입찰 공고를 낸다.
평택 생산직 사실상 자구안 ‘거부’‥통과에도 갈등 불씨 여전
쌍용차 내부 관계자는 “자구안은 근소한 차이로 가결됐다. 창원과 정비에서는 부결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없었지만, 평택공장은 해직자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며 “이들 사이에서 자구안은 언제든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로 받아들이고 있어 여전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M&A가 속도가 붙을 경우 지난 2009년 쌍용차 해직사태 이후 복직했던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실제 이들은 전날 조합원 찬반투표가 실시되기 전 입장문을 통해 극렬 투쟁에 나서지 않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외부에서는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인 만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과 노조 집행부가 이번 자구안 통과를 호소한 건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뼈를 깎는 노력을 주문했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으로서는 자구안을 바탕으로 향후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없도록 노사가 지속해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