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올해 ‘빅4 회계법인’의 신규 채용이 10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회계사 시험 통과자 수는 늘고 있지만 회계법인이 신규 채용 관문을 좁히면서다. 고금리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사모펀드(PEF)나 증권사로의 이직도 줄어들면서 ‘역대급 취업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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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의 신규 채용 규모는 모두 전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채용 인원은 삼일PwC(285명), 삼정KPMG(360명), EY한영(110명), 딜로이트안진(120명) 등 총 875명이었다. 빅4 회계법인은 이달 채용공고를 내고 오는 9월 공인회계사(CPA) 최종 합격자 발표를 전후해 채용 인원을 확정할 계획이다.
올해 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최대 20% 가량 줄어든 700~800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채용 인원이 600명대를 기록할 경우 2014년(670명) 이후 10년 만에 최저다. 반면 올해 CPA 선발인원은 역대 최대인 1250명으로 결정됐다. 합격자 10명 중 4~5명은 빅4로 합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PE·VC·IB 이탈 인력도 줄어
하지만 지난해부터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는 2020년 5540명에서 2021년 5849명, 2022년 6135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6300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유지했다. 업황 부진에 퇴사자 수가 줄어들면서 인력 적체가 늘었고,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회계사들이 활발하게 이동하던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VC), 증권사 투자은행(IB) 본부의 회계사 인력 수요가 감소한 점도 영향을 줬다. 회계법인은 자문 기능에 그치기 때문에 딜을 주도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인력들은 회계법인에서 1~2년간 경험을 쌓고 외부로 독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회계사들 사이에선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과거 후보 시절부터 회계사 선발인원의 합리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선발인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온 만큼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1950년생인 최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1971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30년 동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내 회계법인 관계자는 “매년 최종 합격자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회계법인들이 마냥 채용 인원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지속 가능한 회계업계를 위해서라도 선발 인원을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