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곽상도 아들로 시험대 오른 고용부 수사능력

  • 등록 2021-10-26 오후 4:19:41

    수정 2021-10-26 오후 4:19:41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산재를 입었다.”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곽 의원의 아들에게 준 50억원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곧 이어 곽 의원 아들인 곽병채 씨도 입장문을 통해 기침과 이명과 어지럼증이 생겼다며 50억원이 이에 대한 대가라고 밝혔다.

무소속 곽상도 의원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과 관련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건 없지만 받은 액수로 보나 산재의 병명으로 보나 50억원은 터무니없다. 한 언론을 통해서 화천대유가 직원이었던 곽병채 씨에게 50억원을 전달하는 게 차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는 녹취록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만일 50억원이 정말 뇌물의 성격이라면, 화천대유는 곽 의원 아들에게 전달한 정황이 드러났을 때도 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산재라는 핑계를 생각해 냈을까. 산재라고 하면 사건이 경찰과 고용노동부 간의 회색지대에 놓인다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기업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현장에 투입되는 건 경찰이 아니라 고용부 근로감독관이다.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수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관인데, 특히 산재와 관련해 근로감독관은 검찰과 함께 전담수사권을 갖고 있다.

법조인들이 대거 포진해있던 화천대유도 이 같은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산재라는 이유를 대면 비리사건 수사 능력이 있는 경찰보다 상대적으로 만만한 근로감독관을 상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기침과 이명이라는 산재 연관성을 규명하기 힘든 병명을 댄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실제 고용부도 화천대유 내에서의 산재 발생여부 조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고용부는 주로 피해 근로자가 명확한 상황에서 기업의 산재 은폐여부를 수사했다. 그러나 사업주와 근로자가 모두 산재를 인정하면서도 산재가 실제로 있었는지 밝혀내야 하는 경우는 낯설다.

그럼에도 고용부는 화천대유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예고하며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수사권을 두고 경찰과 고용부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찰은 중대재해에 대한 고용부의 전담수사권을 경찰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 관련 고용부 수사에 대해 2차 수사나 보충 수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산재 관련 수사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고용부가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곽 의원 아들로 고용부의 수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화천대유 내 산재 발생 여부를 고용부가 밝혀낼 수 있을 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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