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30원대 뚫고 '폭주', 국채 3년물 4.5%대 '금리 발작'

영국 파운드화 폭락, 미국 고강도 긴축 우려 겹쳐
환율 1430원대로 22원 급등, 13년6개월래 최고치
국고채 3년물 4.5%대, 10년물 4.3%대 연고점 경신
시장 참가자 "환율, 금리 앞으로 더 뛸 일만 남아"
  • 등록 2022-09-26 오후 5:20:06

    수정 2022-09-26 오후 9:27:19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더해 영국발(發) 유럽 통화위기설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가치와 국고채 가격이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22원 급등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3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22일 1410원대를 뚫은지 고작 2거래일 만에 1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또 경신한 것이다.

사진=AFP


국고채 금리 역시 미국 긴축 공포 우려가 이어지면서 장단기물 모두 폭등했다. 특히 연준의 고강도 긴축, 고물가 지속 등의 예상에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 상단 전망치도 3.75% 이상까지 점쳐지면서 단기물 지표금리인 3년물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5%대를 웃돌았다.

당국 정책에도 1430원대 폭등…13년 6개월來 최고치 경신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09.3원)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원화 가치 하락)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9.7원 오른 1419.0원에 시작한 뒤 상승폭을 무섭게 키우더니 1420원대를 단숨에 돌파했고, 오후 한 때는 무려 26.1원이나 급등한 1435.4원까지 올랐다.장중 고가 기준으론 2009년 3월 17일 1436.0원, 종가 기준으론 같은달 16일 1440.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환율 급등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의 여파에 더해 영국 파운드화 폭락 등 유럽 통화위기론,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 압박 등의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영국 파운드화는 지난주 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응 중에도 약 70조원 규모의 감세 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한 뒤 급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파운드·달러 환율이 1.06달러대를 기록하며 달러 대비 약세폭을 키워가는 가운데, 유로화에 이어 1파운드와 1달러의 가치가 1:1로 같아지는 이른바 ‘패러티’(parity)가 깨질 수 있단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인덱스는 장중 114선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2002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시아권 통화 가치 추락도 원화를 끌어내렸다. 일본 엔화는 달러당 145엔까지 올라(엔화 가치 하락) 2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며 2년래 최저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CNH) 환율이 7.16위안대까지 오른 가운데 이날은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하는 기준환율 마저 7위안대를 돌파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서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급락으로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 정부의 자국 통화 기치 절하를 막기 위한 시장 개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외환 선물환에 대해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이달 28일부터 0%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2일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를 매수하는 등 개입에 나선 일본 정부 역시 추가 대응을 예고했지만 달러화 초강세 흐름 앞에서 추가 약세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외환당국도 국민연금과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및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방안 등 180억달러 규모의 정책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당장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 우위 분위기를 반전시키진 못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선 환율이 1500~2000원대까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미 1400원 이후부터 시중은행 파생한도가 다 차서 올 스톱(All stop)된 상황”이라면서 “상단 전망이 무의미해 2000원 전망도 못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3년물 금리 4.5%대 ‘금리 발작’…장단기 금리 역전폭 최대 기록

국고채 금리도 장·단기물 모두 발작 수준의 급등세를 이어가며 연고점을 하루 만에 또 경신했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전구간 상승세로 마감했는데 특히 기준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0.349%포인트 오른 4.548%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5%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0월 28일(4.51%) 이후 최고 수준이다. 2년물과 5년물 금리도 0.336%포인트, 0.370%포인트 뛰면서 4.5%대에서 마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5%를 넘긴 것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상단 전망치가 3.75% 이상까지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은 확정이고, 11월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연준의 2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29%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더해진 영향이다. 이 총재는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물가가 5% 이상 수준이 이어진다면 물가 대응을 우선해 금리 인상 이어가겠는 방침인데 내년 1분기까지는 5% 상회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말한 것에 이어 “환율이 1400원선을 넘겨 급등하고 있는데 수입물가 등을 통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내놨다.

반면 장기물 지표 금리인 10년물 금리는 0.223%포인트 오른 4.335%에 그치며 장단기 금리가 0.21%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이는 역대 최대 역전폭으로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두 차례 나타났던 장단기 금리 역전폭 보다 더 큰 폭 벌어진 것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데, 지난 22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역전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일드커브(수익률곡선)와 신용스프레드는 경기둔화 수준을 넘어서 자칫 위기까지 염려해야 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상단은 3.50%로 두고, 현재 시장이 프라이싱한 4.00%까지를 우리 통화정책 한계치 정도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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