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직원은 이번에도 문건 작성 지시주체 등 핵심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또 삼성그룹을 주요 고객으로 여겨 요청에 응한 것이지, 내부 상하관계에 따라 ‘보고’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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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9월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했다며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합병뿐 아니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세 조종 등 불법행위가 있었으며 이 부회장이 중요 단계마다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날은 지난 3차 공판기일에 이어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 삼성증권 직원 한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한씨는 삼성증권 근무 당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자문한 인물이다.
‘엘리엇 대응 방안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주체가 누구냐’, ‘누구에게 보고했고 누구와 논의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한 씨는 대부분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다만 한 씨는 “엘리엇이 유명한 헤지펀드였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주라고 생각해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 같다”면서 “여러 사람과 논의했고 그 중 미전실도 있었지만 작성을 요청한 주체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삼성증권이 언론 보도와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간을 유도했다며 이를 지시한 주체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한 씨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저희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한 모씨는 지난 공판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이 2014년 7월 작성한 ‘그룹 지배구조 이슈’ 문건을 보이며 “고 이건희 회장이 같은 해 5월 쓰러진 것을 고려해 2012년 작성했던 프로젝트 G를 업데이트한 것이 맞냐”고 묻자 한씨는 “정확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요청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한씨가 삼성그룹을 하나의 고객으로 보고 경영승계와 관련한 자문을 해준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미전실 등의 지시에 따라 대응 방안을 보고한 게 아니라는 것.
또 ‘미전실에서 자문해주는 문건을 보고서 형식으로 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증권사 IB 입장에서 고객사에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자문사로서 내부 보고서에 가깝게 써드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며 “내부 상하관계라기보단 삼성그룹도 중요 고객 중 하나로 요청에 맞춰 대응했다”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을 시작으로 1주일 간격으로 10일, 17일, 24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7월에도 1일을 시작으로 일주일 간격씩 8일, 15일, 22일로 지정돼 2달간 매주 재판을 받게 됐다. 당초 재판은 3월 25일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이 부회장이 수감 중 급성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공판기일이 연기됐다.
한편 재계는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에게도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를 했다. 문 대통령도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광복절 특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