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레고랜드 대응책 직접 유동성 공급 아니다…물가 영향 없어"[2022 국감]

24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
레고랜드 사태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책
물가 영향 묻는 질문에 직접적 영향 없다 답해
적격담보대상증권 확대로 우선 시장 안정 도모
  • 등록 2022-10-24 오후 6:32:07

    수정 2022-10-24 오후 6:32:07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총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물가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출 적격담보증권의 범위 확대를 통해 시장을 우선 안정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채권시장에서 추가로 요구하는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확대 등에 대해선 추가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레고랜드 대응책 시장 유동성 공급 아냐…물가 직접 영향 없다

이 총재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지원이 물가에 주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미시정책으로 금융안정을 시도한 것이고 거시적으론 직접적으로 유동성 공급 하지 않아 물가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이후 단기자금 시장,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유동성 경색 흐름이 나타나자 당국은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총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단기자금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들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20조원 규모로 운용하고 △산은·기은·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과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규모를 16조원으로 확대하며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는 3조원을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부동산 PF 사업 보증 지원에 1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한은이 중심이 된 시장안정 대책은 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국채 외에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금중대 담보증권으로 맡긴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외환파생상품 증거금,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 등을 맞추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유동성 공급책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오는 27일 금통위에서 대출 적격담보 대상 증권 확대 정도는 통과될 확률이 커 보인다.

그러나 무제한 RP매입, SPV 재가동 등 시장에서 추가로 원하는 조치들은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시장 상황이 추가로 더 악화되지 않는 한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국 두 세달이 지나면 무제한 RP 매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 총재는 “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레고랜드 문제 뿐만 아니라)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시장 불안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은행의 자금 순환은 잘 되고 있다. 적격담보 대상 증권 확대를 금통위서 논의하고 은행권에서 은행채 발행 규모를 줄이고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도록 선순환 일어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무제한 RP매입·SPV 재가동은 유보적 입장 내비쳐…긴축 기조 강조

SPV 재가동과 관련해선 이날 기재위 국정감사장에서 논의되지 않았지만, 정무위원회 감사장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그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이 적격 RP 매입 대상을 확대하고 비은행 금융 대출을 해 줄 필요가 있으며 SPV를 금융기관까지 포함해서 재가동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적한 내용에 대부분 동의한다”면서 “채안펀드는 금융기관 재원이기에 한계가 있고 이는 한국은행도 알고 있는 만큼 조만간 금융통화위원회 열릴 것으로 아는데 현재 시점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은에선 아직 무제한 RP 매입, SPV 재가동 등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조치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 총재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밝힌 상태다. 이 총재는 전날 비상 거금회의 이후 “SPV 재가동 등 방안은 이번 대책에선 빠져 있다”며 “앞으로 이번 방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통위서 결정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내년초까지 5%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대응을 이어가려면 시장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푸는 조치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국감장에서도 물가가 다시 오르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소비자물가 정정론을 얘기하는데 (정점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하자 이 총재는 “최근 식료품 등의 물가가 다시 좀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유가는 떨어졌음에도 환율의 영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 총재는 “환율을 막기 위해 무조건 이자율(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반적으로 환율은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는 만큼 환율의 큰 트렌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외환 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고 있고. 긴축 통화정책을 통해 당분간 물가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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