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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몸이 곧 증거"…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항소심 엄벌 촉구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12년 전 시작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연관된 제조·판매기업 전직 임직원들에 대한 항소심 구형 공판에 맞춰 피해자와 환경 단체들이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나의 몸이 곧 증거”라며 계속되고 있는 고통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단체들이 26일 서초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서울고등법원은 26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 애경산업과 이마트 등의 전 임직원 13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열고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고, 나머지 임직원들에게도 금고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당시 구형량과 같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항소심 공판에 맞춰 법원 앞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 시민단체들은 유죄 선고를 호소하는 피켓팅을 열었다. 구형 이후 오후에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만 있는 것이 말이 되냐”며 “항소심 재판부는 이제래도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외쳤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자주 사용했던 영유아와 임산부, 기저질환자 등이 폐섬유증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으며 시작됐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내 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 등 성분이 인체에 유해를 끼친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2021년 1심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직접 발언에 나섰다. 피해자 최경선씨는 “가족 4명 모두가 ‘옥시싹싹’ 살균제의 피해자였다”며 “옥시와 다를 것이 없는 SK케미칼과 애경의 제품도 당연히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인과관계 규명이 어렵다는 법리적 판단이 아닌, 재판부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옳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올라온 피해자 조인재씨는 발언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간호사로 일하던 조씨는 2007~2009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후 폐암 진단을 받았다. 조씨는 “살균제라고 해서 믿고 썼고, 건조한 응급실 생활에 가습기는 필수여서 오래 써왔다”며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혼자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왜 피해자만 억울하게 지내야 하는지,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며 “올바른 판단이 이번에야말로 내려지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남성욱 변호사 역시 재판부에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남 변호사는 “생산·유통에 관여했던 기업 관계자들의 형사 책임을 정확히 묻고,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가 이뤄져야 하는 재판”이라며 “피해의 인과를 규명한 명확한 여구 자료가 있고, 전문가들이 수많은 의견을 제시한 만큼 올바른 판결이 이뤄져야 사법정의 실현은 물론 재발 방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 기일까지 유죄 판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온라인 탄원서 등을 모아 전달할 예정이다.
- 70대 할머니까지…도난 휴대폰 팔아넘긴 장물업자 일당 '덜미'(종합)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수도권 일대에서 전문 절도범들과 함께 상습적으로 도난 핸드폰을 중국, 필리핀 등에 팔아넘긴 장물업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도난범들은 지하철 역사와 승강장 등에서 술에 취해 있는 이들을 집중적으로 노려 절도를 저질러 장물업자들에게 넘겼다. 장물업자 중에는 70대 노인까지 포함돼있었는데, 경찰은 80여일 넘는 미행과 추적 끝에 이들을 검거하는 데에 성공했다. 경찰이 절도범과 장물업자들로부터 압수한 압수품 목록 (사진=권효중 기자)◇ 절도범·장물업자 13명 검거…절도부터 장물 거래까지 ‘네트워크화’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난 18일 휴대폰 장물업자 A씨(혐의 장물 취득)와 알선책 B씨, 업자 C씨(혐의 장물 알선 및 취득) 등과 이들에게 도난 핸드폰을 넘긴 절도범 등 총 13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중 A씨와 C씨 등 8명은 구속됐으며, 이들 중 6명은 이날 중 검찰에 넘겨질 예정이다.A씨 일당은 지난 3월부터 지난 16일까지 6개월 넘게 전문 절도범들로부터 도난 핸드폰을 사들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노점상을 운영하는 70대 여성으로, 절도범들 사이에서 유명한 장물 취급업자로 꼽혔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한 핸드폰을 처분하기 위해 장물업자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며 “A씨는 여러 차례의 장물 관련 전과가 있으며, 절도범과 장물업자들 사이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A씨로부터 핸드폰을 넘겨받아 상선인 C씨에게 넘겼고, C씨는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에 물건을 넘기거나 직접 필리핀으로 출국해 이를 밀반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외에 다른 일당들 역시 장물 취득 전과가 최소 2범에서 7범까지 다양하게 분포돼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장물거래대금으로 B씨에게 1억원 가량을 송금하고, B씨는 다시 A씨에게 9000만원을 송금하는 등 거래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C씨에 대한 추가 포렌식 등을 실시해, 여죄 등의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51명에 달한다. ◇ 80여일간 미행 끝에 검거…추가 여죄 파악 지하철경찰대는 지난 7월 검거한 지하철 절도범을 수사하던 도중 이와 같은 ‘장물 거래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흔히 지하철 승강장이나 혼잡한 역사, 지상 역사 등에서 술에 취해 있는 이들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수법을 사용해 핸드폰을 훔쳤다. 핸드폰에는 기종별로 ‘시세표’가 형성돼있고, 절도범들은 환금을 위해 시세표에 따라 장물업자에게 이를 넘기고 업자들은 이보다 높은 금액을 수수료 금액으로 챙긴 후 다시 윗선으로 팔아넘기는 구조다. 절도범 김모씨를 수사하던 경찰은 운반책으로 활동하던 송모씨의 존재를 파악해 조사했고 장물 조직으로 수사망을 넓혔다. 이후 80여일간 A씨를 미행·추적한 끝에 B씨와 C씨 역시 포착해 일당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장물을 거래하는 영상 등을 증거로 확보하고, 이들의 창고,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심야와 새벽 시간대를 이용, 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 지역에서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사각지대, 주거지 등에서 거래를 시도했다. 또 증거 인멸을 위해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창고에 장물을 둔 후 찾아가도록 하는 수법으로 거래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C씨가 속해 있던 장물 조직은 애플 아이폰 모델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기 위해 ‘피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폰 모델은 잠금을 풀어 핸드폰이 초기화된 상태면 장물로서의 시세가 30~40% 가량 높아진다”며 “도난당한 피해자들이 이전과 같은 번호로 새 핸드폰을 개통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 번호에 피싱 문자를 보내 애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로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C씨에 대한 포렌식 조사를 포함, 추가 여죄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하철경찰대는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도난 등 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벌여 절도범은 물론 장물범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술값 너마저’…오른 맥주값에 차라리 지갑 닫는 시민들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금도 소맥(소주+맥주) 한 병씩 시키면 1만 1000~1만 2000원인데, 더 오르면 덜 마시는 수밖에요.”‘카스’, ‘한맥’ 등 국산 맥주의 출고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지갑도 위협받고 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본격적인 식당 판매 가격까지 인상될 수 있는 만큼 평소 술을 즐기던 이들은 소비를 줄이거나, ‘혼술’ 준비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직장인 박모(30)씨는 친한 친구들과 ‘술 끊기 챌린지’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 기간은 우선 한 달이지만, 더 늘어날 수 있다. 박씨는 “술은 건강에도 좋지 않고, 밥을 먹을 때 한 잔 두 잔 시키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되기 일쑤”라며 “연말 건강검진도 대비할 겸 조금씩 줄여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술값은 점차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부터 원부자재 가격 상승, 국제유가 급등 등에 따라 대표 제품인 카스와 한맥 병맥주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했다. 가정용으로 소비되는 캔 제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유지했지만, 점유율 1위 업체가 가격을 인상한 만큼 다른 업체들의 인상도 높게 점쳐진다. 일반적으로 출고가가 오르면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맥주 1병 가격은 1000원 단위로 판매가격이 오른다. 이에 평균 5000~6000원대에 팔리고 있는 맥주 1병 가격이 오르고, 6000원 이상인 소주 1병 가격 등을 고려하면 ‘소맥’ 가격은 현재 1만 2000~1만 3000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단체 회식이나 모임 등이 예전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 이번 계기로 술을 줄이겠다는 이들이 눈에 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금융 계열에서 일하고 있어서 회식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 3분의 1가량으로 줄어들었다”며 “크게 불편함이 없었던 만큼 혼자서도 마시는 양을 줄이고, 친구들 모임에서도 술을 시키느니 맛있는 것을 하나 더 먹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33)씨 역시 “두 명이서 저녁을 먹고, 맥주 두 잔만 시켜도 5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밥은 먹어도, 술은 줄일 수 있으니 줄이는 부분을 줄이는 게 맞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 19세 이상 성인의 음주율은 코로나19 이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60.6%, 2019년 60.8%이었던 음주율은 2020년 58.9%, 2021년 57.4%로 감소세를 보였다. 직장인 유모(32)씨는 “예전이랑 달리 ‘혼자 마시면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굳이 식당에서까지 사 먹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일본 등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남긴 ‘위스키만 5병을 샀다’, ‘갔을 때 사는 게 무조건 남는 것’이라는 후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위스키를 사왔다는 A(30)씨는 “환율, 술 가격 등을 생각하면 좀 무겁더라도 사오는 게 남는 것”이라며 “어차피 술을 줄일 거라면 맛있는 것으로, 집에서 조금씩 먹으면 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업계에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현장점검과 업계 소통 등을 바탕으로 물가 안정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인의 명복을 액션빔" 사후에도 조롱…유튜버 문화의 비정한 그늘
- [이데일리 권효중 이영민 기자] 최근 숨진 유튜버 고(故) 김용호씨, 논란이 많았던 인물인 만큼 온라인 등에서는 그에 대한 추모보다는 비판, 조롱이 주를 이뤘다. 다른 유튜버들의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 일쑤다. 사망 이후에도 이어지는 무분별한 표현들과 극단적 선택 관련 정보 공유는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프로)유튜버 김용호씨는 지난 12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9년 해운대의 한 고깃집에서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김씨가 숨진 이유로 재판 중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예인 박수홍씨 등 명예훼손 관련 사건은 공소 기각으로 인해 종결됐다. 김씨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뿐만이 아니라 ‘김용호 연예부장’을 통해 각종 연예인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로 인해 연예인과 정치인뿐만이 아닌 유튜버 이근 등과도 갈등을 빚어왔고 대표적인 ‘사이버 렉카’로 분류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그는 유튜브 활동 당시에도 수많은 이들과 ‘저격’을 주고받은 바 있다. 이렇게 ‘비호감 유튜버’였던 만큼 김씨의 사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로 인해 피해를 겪었던 이들 외에도 ‘나무위키’ 등에는 김씨의 사인을 두고 조롱하는 등의 내용이 작성되기도 했다. 또 유튜브 등에는 그의 마지막 육성 등이 여과 없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폭 출신 유튜버로 알려진 ‘억달이형’에 대해서도 지난 2일 숨진 이후 ‘폭행 전과가 있는데 명복을 빌어줘야 하나’, ‘범죄자를 추모해줄 필요 없다’ 등 고인에게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잘 알려진 유명인의 경우 극단적 선택 관련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경우 모방의 우려가 있고, 유족들의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차단 조치로는 수많은 온라인상 정보나 반응을 일일히 대응할 수 없고, 플랫폼 차원의 모니터링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해외 기업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법상 수사와 조치 등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고한 피해자를 추가적으로 낳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본인의 이야기를 올리는 유튜버들의 경우,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지침을 바탕으로 배려와 공격성 자제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교육뿐만이 아니라 엄정한 법적 규제 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전수조사가 어렵다면 표본조사라도 실시해서 감정적 트라우마에 대응할 수 있는 피드백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법적 조치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규제와 처벌 조항 등을 보다 실효성 있게 다듬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현행법상 악플 단속은 사전 조치는 검열과 표현의 자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후적 조치에 그친다”며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 등의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자체적인 예방책이 없을 경우 과징금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악플도, 조롱도 맨몸으로"…극단 선택에 내몰리는 유튜버들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8~10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들려면 하루를 온전히 다 쏟아부어야 해요. 그렇게 고생해서 만들어도 ‘악플(악성 댓글)’은 당연히 달리고요. 그래도 어쩔 수 있나요.” 유튜브에서 개그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30대 남성 A씨, 수십만명에 달하는 구독자 수를 보는 주변인들은 그를 부러워하지만 A씨에게 유튜브는 늘 어려운 ‘노동’이다. 매주 2~3개씩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이후 악플이나 조롱 등이 담긴 피드백까지 전부 ‘맨몸’으로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잇달아 벌어진 유튜버들의 극단적 선택을 보면 이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고스란히 노출된 정황이 드러난다.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응한 유튜버들도 이 같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린이들이 꼽은 유망 직업 3위, 직장인들의 선망 직업 2위에 빛나는 직업이지만, 일상이 그렇게 밝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프로)◇ “‘악플’ 이제는 일상 됐죠”…사실상 대처 어려워이들에겐 ‘악플’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A씨는 “성희롱과 욕설은 기본이고, 매번 보다 보니 무뎌질 줄 알았지만 항상 악플을 보면 속상하다”며 “기본적으로 유튜브는 외국 플랫폼이다 보니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고소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음악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또 다른 유튜버 B씨 역시 “활동 초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이슈를 다루냐’ 와 같은 시비조의 악플, 욕설이 담긴 악플이 달렸었다”며 “여기에 콘텐츠와 관계없는 외모 평가 등을 받아본 적도 있다”고 전했다. B씨는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고, 몇 달간 약을 복용한 적도 있다.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C씨 역시 “여성인 것을 아는 순간 ‘만나보고 싶다’, ‘애인은 있냐’ 등 온갖 성희롱, 사생활을 캐려는 질문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유튜버들의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BJ 임블리’가 악플, 타 방송 출연자들과의 갈등 끝에 숨졌다. 지난 10일에는 학교 폭력 피해를 폭로하던 유튜버 표예림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악플을 비롯한 온라인상 공격에 시달리던 ‘BJ잼미’, ‘BJ율깡’ 등 인터넷 방송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내린 사건이 이어진 바 있다.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는 유튜버들은 각종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토로한다. B씨는 “고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은 남들이 생각 없이 남기는 모든 평가 댓글에 노출된다”며 “연예인과 달리 모든 영상의 댓글을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연예인보다 더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C씨 역시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퍼져나가고, ‘박제’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특별히 대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활동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 마련돼야” 고정되지 않은 수익 구조,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각종 변화 등으로 인해 쉬고 싶어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은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B씨는 “활동 초기에는 악플로 인해 3주 정도 쉰 적이 있고, 최근에는 번아웃 때문에 쉰 적이 있다”며 “내가 쉴 때 지금 남들은 치고 나간다는 불안함, 한 번 루틴을 잃으면 되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쉬고자 해도 쉴 수 없는 때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튜브가 곧 생계로 직결되는 경우 이러한 위험은 더욱 커진다. 4년 전 직장을 다니다가 취미로 유튜브를 시작했던 30대 남성 D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영상 내용에 따라 부담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늘 소진을 우려하고, 인기가 끊길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재교육 등이 이뤄져야 각종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튜버들은 악플에 대한 실질적인 대처는 물론,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씨는 “좋아하는 분야의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일은 행복하지만, 여전히 덧글을 볼 때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반응을 마주하는 이들의 보호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D씨 역시 “유튜버는 ‘자영업’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단순 자영업과 비교해보면 관련된 보호법 등이 적다”며 “교육과 조직화,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국내서도 커지는 ‘이-팔 전쟁’ 논란…지지·규탄 시위 이어져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의 불똥이 국내에도 튀었다. 국내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과 대학가를 중심으로는 팔레스타인의 투쟁에 대해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친 이스라엘 단체도 이스라엘 지지를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대해 규탄 메시지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이 15일 녹사평역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진보 성향의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은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재한 팔레스타인 청년들과 함께하는 이스라엘 공격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반대한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녹사평역에서 이태원 이슬람 사원, 이태원 일대를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히잡을 쓴 무슬림을 포함,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등 약 3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거나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어 발언에 이어 아랍어 통역도 진행됐다. 집회에 참여한 한 팔레스타인인 학생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저항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반응이며, 70년 넘게 이어진 점령의 결과”라며 “무고한 어린이와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는 만큼 정의와 자유에 대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가자지구 출신인 팔레스타인인 살레흐씨는 현장 상황 전달을 위해 가자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통신이 무산돼기도 했다. 살레인씨는 “팔레스타인은 인도적이며, 자유를 원하는 이들의 모든 문제”라며 “‘창살 없는 감옥’인 가자의 현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은 지난 11일부터 고려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서울 시내 대학가들에 붙기 시작한 팔레스타인 지지 대자보를 부착한 단체이기도 하다. 이들은 대자보를 통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 청소를 통해 1948년 건국됐고, 그 후 차별 정책을 줄곧 고수해왔다”며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중동 대중을 짓밟았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 13일에는 한·이스라엘친선협회가 열려고 했던 ‘이스라엘 연대를 위한 기자 브리핑’이 반발을 의식해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행사는 이날 오후 3시 광화문 광장에서 예정돼 있었지만, 당일 아침 돌연 취소됐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1일 행사장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있었던 만큼 이에 따른 충돌 및 돌발상황 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 경비를 강화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한·미 동맹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이스라엘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방한 중인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 만나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은 ‘테러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내외로 유가, 금융 등 불안이 번질 것에 대비해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교민 귀국을 위해 군 수송기를 지원한 상태다. 한편 하마스는 안식일이던 지난 7일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고, 수백명을 침투시켰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의 반격이 이뤄졌고, 민간인 포함 29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본격적인 지상작전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다시 증가세…직장인 10명 중 3.6명 경험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올해 3분기 직장인 100명 중 36명은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급지법이 시행되기 이전보다는 적은 수준이지만, 분기별로 다시 늘어나고 있는 만큼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직 등으로 적용 범위를 높여 실효성 있는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직장갑질119)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35.9%(359명)가 ‘최근 1년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는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인 2019년 6월 당시 실태조사 결과(44.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분기별로 살펴보면 △2022년 6월 29.6% △2023년 3월 30.1% △2023년 6월 33.3%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일터 내 비정규직과 여성, 낮은 직급 등 ‘약자’를 향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 359명 중 46.5%는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러한 응답의 비율은 정규직(41.1%)보다 비정규직(55%)이 높았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61.2%로 가장 높았다. 월 150만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는 58.3%, 일반 사원은 56.1%을 각각 기록해 평균보다 10%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적지 않은 이들이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괴롭힘을 겪고 있었지만,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유관 기관에 신고한 이들은 직장인 10명 중 1명에 그쳤다. 65.7%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응답했으며, 27.3%는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응답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7.2%로 가장 높았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받은 직장 내 괴롭힘 상담 939건 중 회사에 신고한 사례는 374건(39.8%)이며, 이중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한 것은 43.9%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사례를 봐도 ‘괴롭힘을 인정받아도 가해자가 시말서만 쓰고 그쳤다’, ‘대표가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직장인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92%의 직장인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93.1%는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 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등 사각지대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직장갑질119는 이와 같은 현장의 목소리와 달리, 정부와 정치권이 일터 내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법 확대 적용은 물론, 조사와 구제절차 지원시스템 마련이 이뤄져야 피해 신고 등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